삼성토탈, 석유유통시장 판도 뒤흔드나
삼성토탈, 석유유통시장 판도 뒤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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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제 5사업자' 허가…전문가들 "영향 미미할 것"

[서울파이낸스 장도민기자] 삼성토탈이 오는 6월부터 국내 석유 유통시장에 다섯 번째 공급사로 진출하게 됨에 따라 기존 정유 4사의 과점체제의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가 석유 유통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방안으로 삼성토탈을 국내 제 5석유제품 공급사로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 등 정유 4사의 과점체제를 삼성토탈이라는 메이저급 신규 공급사의 진입을 통해 변화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 정부, 독과점체제 전면 봉쇄 의지 확고

정부는 지난 1년간 범부처 차원에서 추진해 온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대책'을 종합 점검 및 평가한 결과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 전자상거래시장 활성화 등 3개 부문은 정유사의 자율적 참여나 협조 없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해 이번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존 석유유통 4사의 시장점유율 변동이 거의 없는 등 석유제품시장이 수직계열화된 유통구조로 고착화돼 경쟁이 사라진 상황에서 혁신 없이는 중장기적인 가격안정화가 이뤄지기 힘든 것으로 판단한 것. 이에 정부는 삼성토탈을 국내 제5의 석유제품 공급사로 참여시키기로 결정, 석유공사에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키로 했으며 석유공사와 물량, 가격 등의 세부 공급조건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재 기존 대형 정유사들의 독과점적 지위 남용사례로 지적돼 온 전량 구매계약 강요행위를 위법행위로 명시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혼합판매표시 없는 주유소의 혼합판매가 '표시광고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석유사업법에 명시, 주유소 사업자들에게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아울러 신설된 공정위의 '주유소 혼합판매 거래기준'을 바탕으로 정유사와 전량구매계약 변경 희망 주유소들간의 원활한 계약변경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전량구매계약의 강제성 여부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이 과정에서 정유사의 불공정행위가 있을 경우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다.

◆ 삼성토탈, 제5 유통업체될까

삼성토탈은 현재 일본으로 매월 3만7000여 배럴의 휘발유를 수출 중이며 내달부터는 8만8000배럴을 추가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석유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총량은 월간 약 1억200만배럴 정도로 삼성토탈의 총 유통량을 다 합쳐도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소비량만 따져도 월 1000만배럴 수준으로 삼성토탈의 전량을 내수로 돌리더라도 사실상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다.

삼성토탈의 경우 LPG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유만을 생산하고 있어 휘발유, 등유, 경유, 항공유 등 여러 종류의 유류제품을 생산하는 타업체들에 비해 시장지배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한 LPG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휘발유를 제품화하고 있어 원유를 수입해 가공, 다시 판매하는 기존 업체들과는 구조가 달라 다소 열세에 놓여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알뜰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할 제5 석유 유통사업자에 대한 혜택들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업체에 대해 범부처 차원의 파격적인 혜택을 부여할 방침으로 ▲2년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률을 현행 10%에서 20%까지 확대 ▲2년간 재산세 50% 감면 ▲기존주유소 매입 및 임차비용에 관한 지원(매입시 시설자금 최대 100억원, 임차시 운전자금 보증한도 확대) ▲서울지역 알뜰전환사업자에게는 올해에 한해 시설개선자금으로 정액 5000만원 지원 등이 계획돼 있다.

또한 삼성토탈의 신규 진입과 전자상거래용 수입 확대, 알뜰주유소 운영비 절감 등과 함께 공급가 추가인해를 목적으로 석유공사가 저렴한 월말 현물구매 물량을 50% 수준까지 확대하고 해외 석유제품의 직수입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의 알뜰주유소 공급가격대비 리터당 30~40원 정도의 추가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석유 유통사업 진출 넌센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토탈의 석유 유통사업 진출을 회의적 시각으로 보고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금이 없어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요량대비 최대 생산비중이 2% 수준이라 기존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며 "또한 정부의 특혜가 심해 시비에 휘말려 법정공방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5개 업체 중 한 곳으로만 혜택이 집중되는 현상은 정부의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광의적 시각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시도"라면서도 "LPG가공의 부산물로만 휘발유를 얻고 있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과 삼성테크윈, 삼성SDI, 삼성전기 등 그룹사들과의 시너지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도 "LPG 가공 과정에서 얻어지는 휘발유의 경우 원유 추출 제품보다 '황'이 많이 섞여 있어 국내 기준에 적합할지도 미지수"라며 "현재 황 성분에 대한 제재기준이 없는 일본으로 수출하고 물량 전량을 내수로 돌린다 해도 국내 유류시장 총 유통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제 5석유 유통사업자의 등장으로 정유주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은 실질적 영향이 아닌 불안감에 의한 심리적 효과"라며 "투자자들의 수급 및 정책적 리스크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연구원은 "마치 석유 유통업계에 새롭게 강력한 경쟁자가 나온 것 처럼 보이지만 효과 대비 투자자금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 사업"이라며 "멀쩡하게 일본에 투자하고 있던 기업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GS도 정유사업 확대 및 유지를 위해 지난 몇 년간 약 5조원 정도를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시장판도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업 진출 자체가 넌센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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