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해임 결의안 통보
'책임회피용 카드' 비난
[서울파이낸스 성재용·이윤정기자] 워크아웃 돌입의 기로에 놓인 쌍용건설에 김석준 회장 해임안이 통보됐다. 부실경영 책임을 묻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임안이 통과될지는 의문이다. 이미 김 회장을 제외한 쌍용건설의 경영진이 거의 퇴진한데다 해외수주에서 그의 역할이 혁혁하다는 이유에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최근 열린 쌍용건설 경영평가위원회에서 김 회장 해임 결의안을 쌍용건설 측에 공문으로 보냈다. 경영평가위는 대주주였던 캠코와 채권단 관계자 2인, 교수 3인으로 이뤄졌다.
캠코 측은 해임안이 지난달 통과됐지만 통보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캠코 관계자는 "쌍용건설 부실 책임은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리스크 관리 없이 무분별하게 추진한 경영진에 있다"며 "쌍용건설 경영진은 자금지원에도 불구, 지난해 10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조차 막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쌍용건설이 유상증자 투자 유치를 하고 있어서 이에 영향을 줄까봐 통보를 미뤄왔다"며 "주식 이전일(부실채권정리기금 정리기한)이 지난 22일이라 사실상의 기한인 전날(21일) 해임안을 최종 통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임안은 권고사항일 뿐 최종 결정은 주주들이 한다. 이 관계자는 "해임 결정은 대주주가 된 예금보험공사와 채권단 등 주주들이 결정할 일"이라며 "일각에서 캠코가 쌍용건설 회장을 몰아내고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경영진에 전가하려 한다고 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 해임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질적으로 채권단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쌍용건설의 해외수주에 김 회장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캠코가 일부 채권단에는 해임결정을 통보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채권단이 조만간 모여 의견을 조율하겠지만 채권단이 20여개사에 달해 단일한 입장을 내놓기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사장이 퇴진하고 9월 부사장을 포함한 전무급 이상 임원들이 모두 퇴진해 현재 쌍용건설 내부에서 등기이사로 있는 사람은 김 회장이 유일하다"며 "해외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김 회장이 퇴진할 경우 쌍용건설의 해외수주는 적잖은 타격을 받아 채권단과 주주들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에 해임안이 통과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캠코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해 김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 부도위기의 원인을 현 경영진의 실패로 몰아가기 위한 꼼수"라며 "캠코 주장이 맞더라도 경영진 임명은 최대주주였던 캠코 자신이면서 경영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 해결의지보다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석준 회장은 1983년부터 30년 가까이 쌍용건설을 진두지휘해 왔다. 김 회장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故 김성곤 회장의 차남으로 1983년 29세의 나이에 쌍용건설 최고 경영자에 올랐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쌍용그룹이 해체됐고, 김 회장은 쌍용건설 지분을 채권단에 넘기고 전문 경영인으로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후 크고 작은 해외 프로젝트 현장을 수주단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챙기기도 했다.
또한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아 화교 정·재계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현장제일주의와 차곡차곡 쌓인 해외 인맥은 쌍용건설이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일조했다.
김 회장은 2006년 한 때 회장직을 사임한 후 2010년 재취임할 때까지 4년간 해외사업 수주에 나서는 등 백의종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