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보다 급한 것
특검보다 급한 것
  • 홍승희
  • 승인 2003.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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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인가. 개혁? 중요한 일이지만 그 또한 우리사회가 공정하게 일하고 두루 잘먹고 잘살기 위해 필요한 환경의 문제이지 사회적 목표는 아닐 것이다.
국가사회의 존립근거는 그 국민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살게 하는데서 비롯된다.

안심하고 살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안보는 물론 내부적으로는 고루 먹고 살 수 있는 적정 수준 이상의 경제발전과 사회안전망의 구축 등이 모두 필요하다.

여기에 한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나가기 위해 공유돼야 할 사회적 비전, 국민 개개인의 희망이 결합돼야 사회는 발전의 동력을 찾고 활기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안팎의 각종 악재로 시달리는 한국사회가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그건 뭐니뭐니 해도 북핵문제의 조속한 해결과 국내 경기회복이다. 이 두 문제는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맞물려 있는 사안이어서 어느 것을 먼저 풀고 어느 것을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당장 불투명한 경제전망이 국민 개개인을 극도의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제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 중에는 무엇보다 북핵문제에서 비롯된 한반도 위기의 증폭, 그로 인한 해외투자자들의 동요, 이탈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은 국내 기업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물론 세계경기 전반의 비관적 전망이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유가 폭등, 수출 환경의 악화도 심리적 동요를 초래한다. 또 가계부채 증가와 개인 소득의 증가율 둔화 등이 겹치면서 내수시장도 위축돼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게 찾을 수도 있다. 남북경협이다.
남북경협을 조속히 확대하면 일단 국내에서보다 대외적으로 훨씬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감을 일거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미국의 대북 폭격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물론 미국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현재 상황에서 만만치는 않겠지만 기업차원의 활동폭을 넓히는 것은 그래도 수월할 것이다. 어차피 현재 국내에서의 투자 대상이 마땅치 않다면 더욱이 새로운 투자의 땅으로 북한을 볼 수도 있다. 정부가 쌀을 300만섬, 42만톤을 대북지원하겠다고도 하지만 우리의 잉여물자들을 대북 지원으로 소화하는 것도 소비진작,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동북아 경제블럭을 조속히 구축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남북경협이 우선돼야 한다. 동북아 경제블럭의 구축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회발전의 지렛대다.

그러나 이 해법에는 현재 확실한 걸림돌이 있다. 대북송금과 관련한 특검이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의 양보를 전제로 국회 통과된 법안을 원안대로 공포했다. 특검은 하겠지만 여야 절충과정에서 야당도 동의했으니 아직 기간, 범위 등은 조정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검 자체를 둘러싸고도 이미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이 논란의 수준을 넘어 갈등의 단계에까지 이르는 마당이다. 특검이 사회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해도 지금 당장 우리 앞에 놓인 여러 위기상황을 외면할만큼 절박한 주제는 아니다. 기업들의 흔한 부실 규모가 몇천억, 몇조를 넘나드는 마당에 2억달러든 5억달러든 그 규모는 한국 사회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규모도 아니다.

정치권은 무엇보다 민생문제와 국가적 비전 제시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당장 대북 압박이 강화되면서 경색돼 가기만 하는 한반도 상황을 풀기 위한 정치권의 특별한 결단이 아쉽다.

더욱이 남북경협은 단순한 위기모면용이 아니다. 현재 활로를 찾기 어려운 한국 경제를 회생시킬 최적의 카드다. 국제적인 한반도 위기설을 하루라도 빨리 잠재워야 해외투자자들의 동요를 최소화시킬 수 있다. 해외자본의 엑소더스가 계속되는 한 한국경제의 미래를 운위하기는 어렵다.

그 국내 투자된 해외자본이야말로 한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최상의 안보 파수꾼이기도 하다. 그들이 안심하려면 무엇보다 한반도의 안정이 긴요하다.

현재 벼랑 끝에 몰려있는 북한도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바로 그들의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일 것이다. 미국의 공격 가능성에 극도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그 위험을 완화시킬 대외 지원을 거부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동북아시대를 빨리 개화시켜야 할 우리의 필요를 위해서도 서둘러야 한다. 동요하는 국내 증시에도 이보다 더한 진정제는 없을 것이다.
제발 시선을 남한 땅을 벗어나 동북아로 향해 주길 정치권에 간절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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