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 작전 1
14회 - 작전 1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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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박사가 무어라고 하던가? 무슨 일이 있어서 예정 보다 사흘씩이나 더 있었는가?”

평일이 마치 싸울듯이 충석에게 바싹 다가앉으며 물었다.

충석이 초조해하는 평일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을 빙빙 돌린다.

“글쎄요. 이 박사가 무슨 말을 했나. 제 생각에는 이 박사가 선배님이 ‘은행장 노릇을 오래 할거라’고 한 것이 제일 인상에 남는데요. 첫날 선배님이 전해 주라던 봉투를 건네니까 라이타로 태워 버리면서 그런 말을 했습니다.”

평일이 술잔을 입에 털어 넣다가 되물었다.

“아니, 그래 봉투를 주니까 태워 버렸단 말이야? 보지도 않고?”
평일이 입에 물었던 위스키를 도로 뱉어냈다.

“아니요. 아닙니다. 분명히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 했습니다. 그게 무슨 이박사가 미국 갈 때 비행기 타기 전에 써준 채무증명서라면서요.”

충석이 얼른 평일을 진정시켰다.

“이박사가 내용물을 확인하고 난후 태워버리면서 행장님이 행장 노릇 오래 할거라고 말했다고요.”

“그으래. 내용물을 분명 확인했단 말이지. 그러면서 나더러 은행장 노릇 오래 할 거라고 했단 말이지.”

평일이 무슨 수수께끼를 풀듯이 중얼거렸다.

“행장님한테 유리한 좋은 소리 아닙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되는데. 아니면 단순한 덕담인가요.”

“그렇지. 김 차장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야 할텐데. 그리고 다른 말은 없었고.”

“처음 만났을 때는 대충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았구요.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술 한잔 같이 마시면서 좀 외롭다고 그러시데요. 그러면서 김 선배 미국 올 기회 있으면 한번 와서 술 한잔 사라고 그러던데요. 공짜가 어디 있냐구 그러면서요.”

“나한테 술 한잔 사라고 그랬단 말이지? 그러면서 외롭다고 그랬어? 그러면서 공짜는 없다구 했단 말이지. 그래 가만있자. 이 양반이 또 지병이 도졌구만.”

“왜요. 그게 무슨 암호라도 됩니까.”

“응. 이 박사, 그 양반 좀 그럼 버릇이 있어.”

“그런 버릇이라니요?”

“아니야. 그 양반 하고 나하고 우리끼리 통하는 그런 이야기가 있어. 그 양반 한국에서부터 여자 생각이 나면 언제나 날 찾아와서 외롭다고 그러면서 술 사달라고 그랬거든. 그 양반이 좀 밝히는 체질이라서. 정력이 넘치는 스타일이거든.
한국에 있었을 때 우리 지점에 친구들 돈을 좀 끌어다 준적이 있었어. 내 예금 실적을 좀 올려준거지. 지금이야 별로지만 당시로서는 단위가 좀 컸어. 그러면서 꼭 생색을 내요. 치사하게 스리. 술 한잔 사야된다는 거야. 실적 올려줬는데 공짜가 어디있는냐고. 그럴 때 술만 사주면 큰일 나지. 꼭 그럴듯한 여자가 같이 있어야돼. 여전하구만. 요즘은 그 시중을 누가 드는지 몰라.
그런데 요즘 이 박사 미국집에 동양계 여자가 눈에 안 띠던가? 혹시 사고 난 이후 여자가 새로 생기지 않았나 싶어서.”

“글쎄요. 그런 냄새는 별로 안 나는 것 같던데. 그런 시중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아주 외로운 것 같더라구요. 왜요. 이 박사는 백마는 싫어한답니까? 하인들이나 비서들은 모두 백인들뿐 이던데요. 더구나 비서는 상당한 미인이던데...”

“응. 이 박사는 서양인은 싫어해. 잠자리에서 냄새가 난다나. 그래서 꼭 여자는 동양인만 찾지. 결벽증 비슷한게 있어.”

충석은 ‘그런데 나한테는 백마를 소개시켜줬다’고 말할려다 얼른 입을 막았다.

“그래 그건 그렇구. 이번 여행은 재미있었나. 한번도 연락도 안하고 열흘씩이나 뭐했나? 이박사가 잘해 주던가?“

평일이 다소 안심했다는 듯이 위스키 잔을 돌리며 화제를 돌렸다.

“김 선배가 미리 소개를 해 놓아서 그런지 기다리고 있던 눈치던데요. 상당히 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선배님 덕분에 아주 잘 놀다 왔습니다. 라스베가스에도 갔었구요.”

충석이 이박사가 마릴린이란 여자를 소개 시켜주고 덕분에 실컷 즐기고 놀았다는 이야기는 쏙 빼놓고 말했다. 마릴린과의 일주일은 너무 짧았다. 그래서 회사에 취재가 덜 되었다고 오리발을 내밀고 사흘을 더 마릴린과 라스베가스에서 노닥거리다가 온 것이다. 충석이 마릴린과 놀고 있던 사이에 평일은 아마 상당히 초조하게 기다렸을 것이다.

“김 선배. 그래, 이 박사 이야기를 신문에는 어떻게 풀어드릴까요? 선배하고의 관계도 이야기 할까요?”

충석이 말을 더 계속하다가는 마릴린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아니. 나하고 이박사하고의 관계는 쓰지 말고 단지 이 박사를 한국에 다시 소개 해주기만 하면 돼. 통신 과학계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 시장의 큰손이라는데 초점을 맞춰 소개하라구. 한 50억 달러 정도의 펀드를 운용하는 국제 금융계의 숨은 거물이라고 풀어줘. 한국이 낳은 위대한 인물이라구. 일단은 국내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니까. ”

“지금은 그렇게 많은 돈을 굴리지는 않는 것 같던데요. 그런데 어떻게...”

“괜찮아. 한때는 그것보다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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