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요 증시정책 '떠넘기기' 일관
정부 주요 증시정책 '떠넘기기' 일관
  • 임상연
  • 승인 2003.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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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통합, 랩어카운트 등 '표류' 방치, 비난
증시통합, 랩어카운트 등 주요 증시정책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없는 결정과 ‘떠넘기기’식 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정부가 주요 증시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을 업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루어내야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관련기관간 비방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등 혼란만 야기시키고 정작 시급히 필요한 증시정책은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의 구조적 개선은 물론 동북아 금융허브 등 새 정부의 글로벌화 계획마저 일보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주요 증시정책 공염불 위기

지난 9일 청와대는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증시통합이 유관기관 등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며 재경부에 유관기관 협의기구 설립을 지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이미 재경부는 금정협과의 논의를 통해 지주사 방식의 증시통합안을 발표했던 상황이다. 따라서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은 논쟁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 동안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 등과 만나 증시통합안에 대해 논의했고 그때마다 각 유관기관들이 서로의 이권을 위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아 협상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이번 배려(?)도 무의미한 논쟁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 10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처음으로 개최된 유관기관 회의는 시장간 이견만 확인한 채 무의미하게 끝났다.

이에 대해 증권유관기관 한 고위관계자는 “청와대가 재경부의 지주사 방식 증시통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부산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항의와 유관기관들의 총파업 결의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관련기관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증시통합안을 이루어내라고는 하지만 지난 2년에 걸친 지루한 논쟁을 생각하면 사실상 합의도출이 힘들다”며 정부 스스로 중요한 증시정책을 표류토록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을 에둘러 표현했다.

증권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도가 도입되기는 했지만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주문방식(포괄주문)이 투신권과의 이해상충으로 개선되지 못하면서 아직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가 한군데도 없는 상태다.

증권업계는 재경부에 여러차례 주문방식 개선을 요구했지만 투신권과 협의해 해결하라는 지시만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대형증권사가 사업 참여를 거부하는 등 시장도 형성되기도 전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포괄주문이 안되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것”이라며 “업계가 원하는 것은 누구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업무 현실을 감안해 가장 적합한 중재안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해 정부의 ‘떠넘기기’식 정책 결정을 비난했다.

▶소신있는 정책 필요

업계에서는 증시통합 랩어카운트 등 시장간, 업종간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중재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 변화와 수반 비용 등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판단아래 줏대있는 정책 의사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정부 스스로가 변화를 수용할 의사나 판단없이는 이해당사자간 합의 도출이 힘든 것은 물론 정책결정 지연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떠넘기기’식 정책결정 방식은 향후 또 다른 금융환경 변화에서 관치와 정책혼란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관치의 우려를 피한다고 적극적 역할을 회피함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관치가 불가피한 상황까지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정책결정에 대한 정치적 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해 문제를 업계 스스로 해결하길 바라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고 뭐냐”며 “대화와 타협도 좋지만 정부의 줏대있는 정책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정부의 좀더 신념있는 정책결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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