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시내면세점 사업권 쟁탈전, 관전포인트는?
불붙은 시내면세점 사업권 쟁탈전, 관전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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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태희기자] 15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놓고 국내 '유통 공룡'들의 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7개 대기업 중 단 2개 업체만이 최종 승자로 남게 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전에 뛰어든 기업은 △현대백화점그룹의 합작법인인 현대DF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의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신세계DF △호텔롯데 △이랜드 등이다.

이들이 사활을 걸고 면세점 사업권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는 경기 불황속에서도 면세점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는 8조3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성장했다. 그 중에서도 서울 시내면세점 6곳의 매출 총액은 4조3502억원으로 전체 면세시장의 절반 이상(52.3%)을 차지하고 있다.

또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수는 32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286만명) 증가했다. 특히 '큰 손'으로 불리는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수는 142만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36.3%나 급증했다.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이 내달 1일로 예정된 가운데 각 기업들이 내세운 승부수에는 차별화된 입지전략과 공통된 지역 상인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공존하고 있다.

◇ 강북 vs 강남, 관광지 중심 지역

▲ 현재 운영 중인 서울 시내면세점 6곳과 신규 사업권 입찰 경쟁을 펼치는 후보지 현황. (그림=서울파이낸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서울 시내면세점은 △롯데면세점(중구·송파구·강남구) △워커힐면세점(광진구) △신라면세점(중구) △동화면세점(종로구) 등 총 6곳이다. 중구를 중심으로 한 범(汎)강북 지역 4곳과 강남 2곳에 위치해 있다.

입찰경쟁을 펼치는 신규 면세사업권 후보지의 경우 △HDC신라면세점 용산아이파크몰(용산구) △현대DF 강남무역센터(강남구) △한화갤러리아 여의도63빌딩(영등포구) △SK네트웍스 동대문케레스타(중구) 등으로 좁혀진 상태다.

SK네트웍스는 기존에 면세점이 밀집해 있는 중구를 선택했으며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는 각각 용산과 여의도라는 차별화된 지역을 내세웠다.

현대DF는 입지를 확정한 업체들 중 유일하게 강남 소재의 무역센터를 후보지로 제시했다. 강남과 강북을 대조한 지역 안배론을 고려한다면 현대DF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위치는 현재 호텔롯데가 코엑스 내부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권 밀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현재 관세청이 평가 항목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에 150점을 부여하면서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관광특구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DF의 후보지 코엑스일대는 지난해 12월 '마이스(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됐고 현대차그룹이 115층짜리 사옥을 포함한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관광객 방문 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 수년간 외국인 관광객으로 부터 선호도가 높은 동대문을 선택했다. 인근에 관광·쇼핑·교통·숙박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패션타운 관광특구로 지정, 24시간 쇼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상인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

후보 업체들의 면세사업 방안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 상인 및 기업과의 '상생'이다. 이는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와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이라는 항목으로 각각 150점을 기준, 평가된다.

▲ 왼쪽위부터 현대DF의 강남무역센터점, HDC신라면세점의 용산아이파크몰, 한화갤러리아의 여의도63빌딩, SK네트웍스의 동대문케레스타 전경. (사진=각 사 제공)

HDC신라면세점은 일본 동경의 아키아바라의 활성화로 전자산업 전체가 성장한 것처럼 면세점을 통해 용산 전자상가의 경제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호남선KTX, ITX청춘 등을 바탕으로 서울과 지방의 가교 역할을 수행 지역 관광특산물 판매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63빌딩 내 복합쇼핑시설과 면세점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 판로 개척, 특화존 등으로 면세점을 구성해 중소 브랜드를 적극 지원하는 등의 실질적인 '상생면세점'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DF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중소·중견기업들이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우수 중소·중견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상생'과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시대흐름에 부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분은 현대백화점이 50%,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출자한 한무쇼핑이 20%, 모두투어네트워크가 17%, 나머지 13%는 엔타스듀티프리·서한사·현대아산·제이엔지코리아·에스제이듀코가 보유했다.

SK네트웍스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워커힐면세점의 중소기업 상생 활동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워커힐면세점은 지난 2012년부터 중소기업 제품 수수료 7% 자율인하, 쿠쿠·비디비치·세라 등의 국산브랜드 발굴 및 육성 등의 실적을 강조했다.

◇ 신세계DF·호텔롯데·이랜드 후보지 고심

시내면세점 사업신청서 제출 기한을 2주가량 남겨둔 상태에서 신세계DF와 호텔롯데, 그리고 뒤늦게 출사표를 던진 이랜드는 후보지 검토 중에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현재 서울시내 면세점 3곳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내면세점 사업권 '독점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오는 연말 소공동 본점과 잠실의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이 만료되기 때문에 방관하지만은 못하는 실정이다. 신규사업지로는 동대문, 김포, 신촌, 신사동을 고려하고 있다.

신세계DF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많고, 관광 인프라가 풍족한 소공동 본점이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본점으로 사업후보지를 정할 경우 남대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교통수단인 대형 버스의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이랜드는 현재 내부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 강남·강서·송파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요우커로부터 자유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신사동 가로수길과 인접해 있는 강남 뉴코아아울렛이 유력 후보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랜드는 패션브랜드 '티니위니'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 진출, 연매출 5000억원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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