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전(前) 경영진의 비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그룹이 실추된 기업 이미지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최근 포스코는 경영 쇄신을 위해 권오준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포스코 사내이사 전원과 대우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등 5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구성, △구조조정 △책임경영 △인사혁신 △거래관행 △윤리의식 등 5개 분과위원회로 나눠 구체적 경영쇄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룹 핵심 경영진들은 권 회장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하며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경영쇄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계열사 대표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은 포스코 창사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그 만큼 포스코가 벼랑 끝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포스코가 이같은 특단의 카드를 꺼낸 것은 검찰수사에 따른 이미지 추락과 일부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악화를 더 이상 버텨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최근까지 정준양 전 회장 체제에서 벌여놓은 사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고강도 인적쇄신을 추진해 왔지만 이 마저도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같은 경영진의 사즉생 각오가 가시적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이미지 추락은 일부 상쇄할 수 있겠지만 포스코가 처한 악재까지 해결해줄 수는 없다.
현재 포스코는 부실 계열사의 영향으로 신용등급 추가하락 위험에 직면한 것은 물론, 당장 793억원에 달하는 대출원리금과 이자 연체가 발생한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자금지원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 이사회에서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해 더 이상 자금을 투입하거나 재무적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결국 일련의 사태 해결을 위한 공은 권오준 회장에게 넘어갔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그룹 전반에 걸쳐 고강도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추진해 왔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 회장의 이번 '사즉생' 실험이 흡집난 리더십을 얼마나 치유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