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메르스 공포, 기준금리 끌어내릴까
엔低+메르스 공포, 기준금리 끌어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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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가팔라진 엔화 약세와 세계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지난달 수출은 5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을 제외한 생산 지표가 부진을 이어갔고, 미약한 회복세가 기대됐던 내수마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직면했다.

한편으로는 가계부채가 전례없는 증가세를 보이며 1100조원까지 불어났다. 미국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금융 시장 변동성을 높였다. 한달 새 불확실성을 확대한 경제 여건 속에 시장의 관심은 다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6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 3월 역대 최저 수준인 1.75%로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한 뒤 두달 연속 동결 결정을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당초 전망대로 회복되고 있다"는 2분기 경기에 대한 확인과 가계부채 우려가 동결의 배경이 됐다.

◇6월 동결에 무게…"2분기 지표, 한번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당장 이달에는 동결 결정과 함께 관망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가 '뚜렷한 부진'보다는 '혼조세'에 가깝기 때문에 최근의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서 발표된 4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4.1%, 소매판매액은 4.9% 증가했지만 광공업 생산은 2.7% 감소로 돌아섰고 수출은 10.9% 감소해 5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설비투자는 2.8% 증가했지만 건설기성액은 8.6% 급감했다.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103.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산분석팀장은 "지난 4일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도 0.8%를 유지했고 수출을 제외한 선행지수 등 경기 지표가 횡보 내지는 소폭의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가계부채 등 부담스러운 요인들도 상존하고 있어 당장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세계경기 둔화와 수출 우려로 부정적 긴장감이 지속되긴 했지만 지난달 금통위에서 2분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낸 만큼 이달에는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도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경기 부진보다는 회복세 확인과 가계부채 우려에 대한 의견이 다수를 보였다"며 동결을 점쳤다.

▲ 그래픽 = 서울파이낸스

◇円低발 수출 타격에 메르스 사태, 7월 인하설 '솔솔'

그러나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그러들지 않은 상태다.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엔화 및 유로화 약세로 일본, 유로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데 이어 미국과 아세안지역 수출도 뒷걸음쳤다. 최근의 달러화 강세로 원화대비 엔화 약세 폭이 심화되면서 수출 우려는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국 저환율 정책에 대해 "기준금리를 통한 대응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하성근 금통위원이 "최근 수출 감소세 확대로 향후 성장경로에 있어서 상당한 하방위험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며 "원화 절상 압력은 통화당국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언급해 금리 대응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변양규 실장은 "엔저가 시작된 2012년 중순부터 한국의 아세안 시장 수출 증가율은 감소세를 시작해 최근 마이너스세로 돌아섰다"며 "일본은 10%대 이상으로 올라선 점과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통위에서도 환율과 수출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업 주도로 경기 회복이 진행되는 만큼 메르스 사태의 확산 여부에 따라 인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메르스 사태의 파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어 내수 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한은이 수출 부진에도 내수는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고 판단해온 만큼 만일 메르스가 국내 경기에 유의미할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7월 인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수출 문제 해결이나 메르스 사태 충격 봉합을 위한 금리인하 정책 사용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완중 팀장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원화 환율을 절하하고 수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출을 위한 금리인하는 정책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준협 실장은 "메르스 관련 불안감이 대외 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금통위가 메르스 대응을 위한 금리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경제 충격의 검증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며 "섣부른 금리 인하는 오히려 불안심리만 확산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변양규 실장은 "구체적인 파장 규모에 대한 추정은 섣부르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서비스산업, 관광산업, MICE 산업, 음식 숙박업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기술력 향상과 일본의 경상 이익 확보에 제조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그나마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한 성장 동력을 찾아가는 상황"이라며 "메르스 사태로 서비스업이 우리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제약될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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