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자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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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록 산은총재 " 부실야기 社主 인수 자격 문제있다"

올 연말 기업합병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의 주인을 누가 차지하게 될 것인가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주채권거래 은행이자 매각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산업은행의 김창록 총재가 옛 사주들의 인수자격을 제한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건설 주채권단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각에 앞서 옛 사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공론화한 것.
 
김총재의 발언은 부실기업을 국민혈세로 간신히 회생시켰는데 부실을 야기한 사주가 다시 회사를 사들이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소지가 있다는 요지를 담고 있다.
 
이날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현대그룹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지분 14.9%를 보유한 채권은행이자 국책은행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김총재 발언은 의미심장하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의 옛사주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기 위한 분위기 조성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채권단 입장에선 더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인수전에 참여하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때문에 김 총재의 발언은 부실책임이 있는 구사주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되 부실책임의 정도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 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관련 규정에 따라 어차피 제기될 옛사주의 문제를 여론 검증을 통해 짚고 나가자는 취지라는 해석이다. 즉 면죄부를 미리 주려는 수순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측은 지난 29일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계열사로 있을때 부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회사를 정상화시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김총재의 원죄론을 애써 부인했고, 지금 경영진은 옛사주와 거리가 멀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시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현대건설의 주가는 김총재의 발언 다음 날인 29일 현대건설의 기업합병 기대치가 상승해서인지 전날 보다 7.18% 오른 것.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일단 시장에선 이날 김총재의 발언을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 배제로만 보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외에 현대건설 주가 상승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 이외 한화 등 3-4개사가 더 뛰어들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예전보다 한층 높아진 결과로 풀이하기도 했다.
 
박용수 기자 pen@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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