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얼마 전 포스코에서는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 전병일 사장의 '항명 사태'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지난달 말 대우인터의 핵심사업인 미얀마 가스전 매각이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전 사장이 사내게시판을 통해 권오준 회장을 겨냥,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부터다.
이에 포스코는 즉각 전 사장의 해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부정적 여론이 팽배해지자 '전 사장의 해임은 없다'며 해명에 나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대신 이같은 부정적 여론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애꿎은' 홍보 담당 상무만 경질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전 사장도 항명 논란의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나 포스코 수뇌부간 갈등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곪았던 것이 결국 터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취임 이후 줄곧 고강도 구조조정을 외쳤던 권 회장은 부실 계열사 처리를 놓고도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여 직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또 일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간 분쟁을 야기시켰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번 항명 사태의 경우 권 회장에게는 임기 중 가장 '뼈아픈 사건'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조직 장악에 실패했음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경영철학이 외부 입김에 의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최악의 평가까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도 "포스코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보면 뚜렷한 원칙이 없어 내부 반발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신뢰마저 잃게 돼 포스코의 앞날이 더욱 어두워졌다"고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권 회장의 리더십이 땅에 떨어지면서 그간 드라이브를 걸어온 구조조정 동력도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7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통해 내놓을 쇄신안도 힘을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자칫 제2의 항명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아직 권 회장에게는 18개월이라는 임기가 남아있다. 포스코의 재도약을 위한 경영쇄신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일 수 있다. 다만 시장에 팽배한 '조기 레임덕' 우려를 하루빨리 종식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