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꿈의 주식' 제약·바이오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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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업종 견조한 주가 시현
"고평가" vs "미래가치" 논란 '분분'

[서울파이낸스 김소윤 이호정기자] #. 유전자치료제 중심의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말 주요 파이프라인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치료제(DPN)에 대한 임상2상을 완료하고 나서, 이는 기존 약물보다 좋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발표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미국 임상3상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당뇨병성 신경병증치료제 시장의 대규모 기술이전이 기대된다며 주가는 연초 대비 261.64%나 급등했다. 문제는 이에 따른 PER(주가수익비율) 역시 1만6965배를 기록해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는 '투자가 아닌 투기 수준'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제조업 부진으로 대형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제약과 바이오업종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상당수의 증시 전문가들도 이들 업종이 예년보다 수익성이 좋아져 기업 펀더멘털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이들 종목 대부분 고 PER주들이 차지하고 있어 시장에서는 기업가치에 비해 주식가격이 '너무 오른' 고평가 상태라는 의견과 미래기준으로는 오히려 저평가라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초(4464.08)부터 전일(8175.47)까지 의약품 업종지수는 83.14%, KRX헬스케어지수는 총 100.82%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51% 증가한 것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코스닥시장의 제약업종지수 역시 연초 대비 최근의 상승률은 85.01%로 코스닥지수의 상승률(35.04%)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제약·바이오주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과 헬스케어업종들도 동반 급등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NH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유럽 바이오업종 주가 상승률은 각각 261%, 271%,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헬스케어업종과 바이오업종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134%, 165%를 기록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바이오업종의 실적 역시 M&A와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역대 최대를 기록해 이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NH투자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업종 매출액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1231억달러, 순이익은 231% 늘은 149억달러로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의 경우에도(상장사 153개 합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1%, 12% 늘은 20조4408억원, 1조5749억원으로 최대치를 보였다.

다만, 지난달 그렉시트 우려와 중국 증시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에 이어 한미약품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까지 겹치면서 이들 업종의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하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제약과 바이오업종에는 고 PER 종목들이 많아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야한다는 것. 실제 바이로메드의 PER은 1만6965배(동종 업체 PER 110.41배)로 가장 고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 어닝쇼크 사태를 일으켰던 한미약품의 PER도 124.54배로 동종 업체 PER(68.08배) 보다 높은 수치다. 이 외 CMG제약는 1560배, 영진약품은 447배, 한미사이언스는 389.9배, JW중외제약은 369배, 일신바이오는 82.01배 등 각각 높은 PER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일동제약'이 실적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43.2배, 40.8배로 비교 업체 평균인 20.5배, 17.9배보다 높다"며 "또 내년 예상 실적 기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6.7%, PBR(주가순자산배율)은 2.7배로, 비교 업체의 내년 평균 ROE는 13.5%, PBR은 2.1배이기 때문에 비교 업체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글로벌 금융 시장에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특히 고PER주들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며 "이후 그렉시트의 우려가 완화되고, 중국 증시도 정부 정책으로 급락세가 멈추면서 실적 개선과 모멘텀이 있는 개별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당초 이들 종목이 실적을 기반이 아닌 기대감만으로 올랐기 때문에 접근 자체부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개선됐다 해도 PER과 시가총액이 실적에 비해 높다는 것은 대박 심리를 노리는 한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실적을 너무 앞서간 이들 주식은 이미 위험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통상 제약과 바이오업종을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처럼 실적과 수치, 펀더멘털 등으로 밸류에이션을 측정하는 방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개발한 신약 등이 성공한다면 시장의 기술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통상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바이오산업을 '꿈의 산업'으로도 불리운다"며 "때문에 바이오산업 특성을 이해해 기존 업종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밸류에이션을 측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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