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대우조선해양 노사가 지난달 임금협상에 잠정합의한 가운데 추석 상여금 미지급 등 임금체불로 노사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서울 산업은행 본점과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조속한 경영정상화 지원을 촉구하는 상경 투쟁 시위를 벌인다. 노조가 시위에 나선 것은 사측이 자금 사정 악화로 추석 전 지급하기로 했던 추석 상여금 및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1인당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 축하금 130만원만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앞서 대우조선은 매년 기본급의 8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해왔다. 짝수달, 설과 추석 등 총 8차례에 걸쳐 각각 100%씩 줘야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 지난 3월 사측은 통상임금 소급액을 지난 7월과 추석 전 두 차례에 나눠주기로 노조와 합의했지만, 7월 지급하고 이번 추석 전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발간된 노조소식지 새벽함성을 통해 "체불되고 있는 임금으로 가정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개인의 신용까지 불량자로 추락하는 사태는 하루속히 막아야 한다"며 "체불임금 지속은 회사의 경영악화를 더욱 부채질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노조는 "정성립 사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오는 7일까지 체불된 임금에 대한 구체적 지급계획과 임금에 대해서는 체불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요구했다"며 "확답이 없을 경우 노사 간 모든 논의를 중단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실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사가 늦어도 이번달 중순이면 완료되고, 회사에 대한 정상화 방안과 지원규모가 확정되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실사는 지난달 말까지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수출입은행이 지난달 초 단독 회계법인을 선정해 실사에 합류시키면서 약 2주 연장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투쟁이 추석 전 노사가 합의한 임금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달 22일 올해 임금협상에 대한 잠정 합의를 마쳤다. 24일에는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63.2%의 찬성률로 잠정합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과 현시한 노조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해 법적인 효력이 발휘되는 조인식은 진행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찬반투표까지 거쳤기 때문에 노사 모두 타결된 임금협상안을 파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면서도 "이번 일로 인해 업계는 어렵게 봉합된 대우조선 노사 간 갈등이 다시 촉발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는 오는 6일 대우조선 거제옥포조선소 민주광장에서 체불된 임금지급을 촉구하고 부실경영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