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집단대출에 개인별 신용평가 도입해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최근 아파트분양물량이 장기적인 주택 수요를 뛰어넘는 급증세를 보이면서 3년 후 준공 후 미분양물량 과잉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미분양 확대는 분양미수금과 대손충당금 확대로 연결돼 향후 건설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크게 불어난 가계대출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파트 분양과 함께 급증한 집단대출에도 개인별 신용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일 '최근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의 함의' 현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49만호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중장기 주택공급계획상의 추정물량(27만호)를 큰 폭으로 초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분양물량은 3년의 시차를 두고 준공후미분양물량을 선행하고 있다. 주택수요의 증가세가 꾸준히 유지되지 않을 경우 금년의 분양물량 급증이 향후 준공후미분양물량 증가로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KDI의 추정에 따르면 올해와 같은 주택수요가 유지되는 경우 오는 2018년 준공후 미분양은 지난해에 비해 5000호 증가한 2만1000호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주택수요 여건이 일부 악화되는 경우(사용자 비용이 부분적으로 상승)에는 미분량이 2018년 2만5000호 내외로 급증하고, 추가적으로 성장률까지 둔화하는 경우 3만호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송인호 KDI 거시경제부 연구위원은 "향후 준공후 미분양물량이 증가할 경우 할인분양과 할인매각, 분양 미수금 등으로 이미 수익성이 매우 열악한 건설업계의 현금 흐름이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한 2008년 이후 건설사들의 분양 미수금이 급증하면서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면서 최근 건설업의 이자보상배율은 1 내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파트 분양물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향후에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대출심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분양 중도금 집단대출이 올 9월까지 28% 급증한 41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2012년(8.1%)과 2013년(10.5%)에 비해 증가폭이 세배 이상 커진 것이다.
송 연구위원은 "그동안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건설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을 제공해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상환능력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어렵다"며 "이는 가계대출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집단대출의 경우에도 개인신용평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건설업황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전제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지체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