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결산] '低유가' 파고 넘어선 정유·석유화학
[2015 결산] '低유가' 파고 넘어선 정유·석유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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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현대오일뱅크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올 한 해 정유업계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영업실적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이 주효했다.

지난해 고유가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실적부진을 겪은 반면 올해는 저유가 효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증가,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뤘다. 저유가는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과 정제마진의 악화로 연결돼 악재로 인식됐지만 올해는 달랐던 것이다. 석유화학 업체 역시 저유가로 제품 마진(스프레드) 개선을 통해 호실적이 두드러졌다.

◆저유가 속 정제마진 개선→호실적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4조2000억원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상승과 일본대지진 등으로 수급여건이 호전된 201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 같은 긍정적 변화는 저유가와 정제마진 개선이 이끌어 냈다. 이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32.11달러로 지난달 18일 배럴당 40달러선이 무너진 뒤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11년 만에 가장 낮은 31.8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가하락은 단기적으로 정유사들에게 악재지만,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 원유 구입비용이 감소돼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정제마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4분기 현재 정제마진(싱가폴 복합정제마진 기준)은 배럴당 평균 7.2달러로 지난 3분기 평균 6.3달러보다 높게 형성돼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낮아진 유가수준으로 재고손실 위험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저유가에 따른 수요 진작 효과가 정제마진 개선요인이 되고 있다"며 "저유가의 수요견인과 일본의 설비 폐쇄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정유부문 수급여건이 크게 악화될 위험은 적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저유가에도 호실적을 거둔 데에는 저유가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고도화설비 비율을 높이고 수입처 다변화 작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 비율이 39.1%로, 타 기업보다 5~15%포인트 높아 13분기 연속 흑자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제2 고도화 설비를 준공한 이후 영업이익률은 5년 연속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저유가와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들어 유가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정제마진은 초강세다"며 "동절기 난방유 수요 증가 덕분에 4분기부터 경유·등유·항공유 등 중질 제품 마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정제마진도 강세가 전망되지만 업체들의 가동률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정제마진이 개선되면 정유 업체들의 설비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공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제품 마진 강세

석유화학업계도 저유가 지속으로 인한 스프레드(마진) 강세 덕을 누렸다. 석유화학업체의 영업이익은 원재료 가격과 제품 가격 사이의 스프레드가 좌우하는데, 원재료 가격은 하락한 반면 제품 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려 수익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12월 현재 에틸렌 톤당 평균 가격은 1090달러다. 전년동기대비 14% 정도 높은 수치다. 반면 주원료인 두바이유는 32달러대까지 떨어졌고 나프타 가격도 하락세를 띄고 있다. 원료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판매 제품인 에틸렌 가격이 올라 석유화학업체들의 영업마진이 커질 전망이다.

◆ 내년 호실적 '미지수'…"체질개선 주력해야"

하지만 북미 원유 생산 감소와 저유가로 인한 수요 호조로 유가 반등 여지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계는 사업 재편을 통한 체질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롯데와 삼성간의 빅딜 역시 체질개선 작업의 일환이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인수, 수직 계열화를 통한 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해졌다.

삼성SDI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배터리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춘다는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총 2조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톱 수준을 달성할 계획으로, 케미칼 사업 매각을 통한 재원을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R&D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의 경우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외에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을 발판으로 현재 수백억 규모인 중국 전기차 배터리 매출을 2020년까지 연간 1조5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시장점유율도 25% 이상 달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고 있다"며 "다만 올해 실적이 좋았던 것은 워낙 안 좋았던 지난해와 비교해 상대적인 면이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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