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유가에 정유사 '웃고' 주유소는 '울상'…왜?
低유가에 정유사 '웃고' 주유소는 '울상'…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사, 지난해 실적 '역대 최대' 추정
주유소, '요지부동' 유류세에 마진률↓

[서울파이낸스 황준익기자]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 유가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실적 반등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반면 주유소들은 휘발유 값은 떨어지는데 고정돼 있는 유류세와 낮은 마진율로 울상이다. 저유가 상황 속에서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4조2000억원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상승과 일본대지진 등으로 수급여건이 호전된 2011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실적이다.

▲ 사진=현대오일뱅크

이 같은 긍정적 변화는 저유가와 정제마진 개선이 이끌어 냈다.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두바이유 가격은 14일(현지시간) 현재 26.04달러로 12년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3년 11월 4일 배럴당 26.03달러로 거래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가하락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정유사들에게 악재지만, 하락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 원유 구입비용이 감소돼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저유가로 대규모 적자를 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정제마진이 개선,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낮아진 유가수준으로 재고손실 위험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저유가에 따른 수요 진작 효과가 정제마진 개선요인이 되고 있다"며 "저유가의 수요견인과 일본의 설비 폐쇄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정유부문 수급여건이 크게 악화될 위험은 적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4분기는 물론 올해도 저유가와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들어 유가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반면 정제마진은 초강세다"며 "동절기 난방유 수요 증가 덕분에 4분기부터 경유·등유·항공유 등 중질 제품 마진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호실적에 따른 보너스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달 초 기본급의 50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성과급 규모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약 800∼1000% 정도로 알려졌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고려해 성과급 지급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반면, 정유사들과 달리 포화상태에 이른 주유소업계는 추운 날씨만큼이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노른자 사업'으로 불렸던 주유소는 이제 '옛말'이 돼버렸을 정도다.

▲ 지난 7일 서울 바로 경계인 경기도 덕양구 화전사거리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표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유가는 전날보다 1.46원 떨어진 1387.32원이다. 이보다 낮은 1200원대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108곳으로 집계됐고, 1300원대 주유소는 9161곳으로 오피넷에 등록된 전체 주유소 12011곳 중 76.2%에 달했다.

설상가상 휘발유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요지부동이여서 마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61%, 정유사가격 30%, 유통비용 및 마진 9%로 이뤄져 있다. 유류세에는 교통세 529.0원/ℓ,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 10%가 붙는다. 유류세 부분에 대한 카드수수료까지도 주유소가 부담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유류세에 인건비,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리터당 남는 이익은 40원이 채 안된다"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왜 안 떨어지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은 데 결국 유류세 때문이다.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유소의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주유소 수는 총 1만2208개로 지난 1월 1만2470개에서 262곳이 폐업했다. 전국 주유소 중 휴업 상태인 주유소도 539곳에 달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폐업을 하려면 1억원 넘게 돈을 들여 시설물 철거와 토양 정화작업이 필요해 폐업마저도 쉽지 않다"며 "현재 과도한 유류세 알리기 운동을 진행하는 등 유류세 인하 촉구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