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전국에서 6만여 가구의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는 등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건설업계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이 이달에만 3만가구 이상을 쏟아낼 계획이어서 미분양 우려는 갈수록 심화될 조짐이다.
2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예정 아파트 물량(공공분양 1곳 포함)은 지난달 7554가구 보다 약 4배 늘은 총46개 단지, 3만7386가구(일반분양분 3만1530가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3023가구보다는 36% 증가했다.
권역별 아파트 공급물량은 수도권 20곳 1만2908가구, 지방 26곳 1만8622가구다. 오피스텔은 수도권 2곳, 지방 3곳 등 5개 단지에서 1775실이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3월에 분양물량이 몰린 것은 연초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강화 등 악재로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미뤘던 분양물량을 4월 총선 전 대거 쏟아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3월 분양이 올 한해 청약시장의 성패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청약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달 인기지역 분양도 많이 몰려 있는 만큼 청약·계약률이 높으면 나머지 분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후속 분양까지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기지역과 달리 용인, 김포 등 비인기지역은 청약자들의 외면을 받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06가구로 전월인 지난해 12월(6만1512가구)에 견줘 1.5%(906가구) 감소했다. 지난달 6391가구가 새로 미분양 주택에 추가됐지만 종전 미분양 주택이 7297가구 팔려 전체 미분양 물량이 줄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2만9049가구로 전월보다 5.2%(1588가구) 줄었다. 반면 지방은 3만1557가구로 2.2%(682가구) 증가했다.
작년 11월과 12월 미분양 주택이 각각 9299가구와 4128가구 늘었던 경기도는 지난달 미분양 주택이 2만4276가구로 전월대비 6.4%(1661가구) 감소했다. 대구도 지난달 미분양 주택이 1806가구로 전월보다 24.6%(590가구), 충남은 8530가구로 5.9%(535가구) 줄었다.
서울은 미분양 주택이 전월과 비교해 49.2%(243가구) 늘어 737가구가 됐고 울산은 96.1%(420가구), 충북은 37.0%(1352가구) 증가해 각각 857가구와 5007가구가 됐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422가구로 전월보다 0.9%(96가구) 줄었다.
미분양 물량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나 시장 상황은 좋지만은 않다. 지난달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된 담보대출 심사 강화 여파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데다 국내외 경기 침체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달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월과 같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전국 주택 가격은 지난 2013년 9월 이후 연속 상승세를 보이다 29개월 만인 지난달 처음으로 보합 전환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용인과 일산 등 일부 악성 미분양단지의 경우 30~40%의 분양가 할인을 단행하는 데 이어 중도금 무이자와 발코니 무료확장과 빌트인 추가 제공의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돌입했다.
SK건설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일대에서 분양 중인 '휘경 SK VIEW'는 중도금(6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중문설치도 무상이다. 삼성물산이 서울 은평구 녹번동 1-2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베라힐즈'도 중도금(60%) 무이자 혜택에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중도금 이자후불제에서 중도금 무이자로 계약 조건을 바꾸고 유상옵션이었던 중문과 오븐,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와 냉동고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할인 분양이나 대규모 혜택을 안겨주는 단지에 대해 계약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입지가 열악하거나 브랜드가 다소 쳐지는 단지가 할인분양을 많이 한다"며 "올해도 공급물량이 많고 분양시장이 침체로 들어서게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격보다는 입지와 수요 유입, 가격 상승 여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