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형수 처리장치 의무 설치 2년 늦춰져…해운·조선업계 '희비'
평형수 처리장치 의무 설치 2년 늦춰져…해운·조선업계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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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사 "재무부담 덜어"…조선사 "일감 확보 늦어지는 점 아쉬워"

[서울파이낸스 박윤호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국제 항해 선박들이 '평형수 처리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한을 기존 2022년에서 2024년으로 2년 늦추면서 해운·조선사간 희비가 갈렸다. 해운사는 당장 추가 설비 구축에 들여야 할 비용이 사라져 반색하는 반면 조선사는 노후 선박 퇴출에 따른 신규 발주가 미뤄지게 돼 아쉬움을 나타냈다.

12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IMO는 지난 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발효에 따른 BWMS 의무 설치 기한을 2022년에서 2024년까지로 유예하기로 했다.

평형수는 선박 운항 때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배 아래나 좌우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 넣는 바닷물을 말한다.

관리협약은 해양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해 평형수를 버리기 전 해양 생물을 말끔히 제거하도록 국제 항로를 다니는 모든 선박에 처리장치 탑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원래대로라면 협약 발효 이후의 신규 건조 선박은 짓는 단계에서부터, 협약 발효 이전에 만들어진 선박은 5년 주기의 정기 검사 때까지 BWMS를 설치해야 한다. 2022년이면 모든 선박이 BWMS를 탑재하도록 한 셈이다.

그러나 IMO는 최근 회의에서 협약을 예정대로 발효하되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4년 9월 사이 정기 검사를 받은 선박에 대해서는 2024년 9월까지만 BWM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수정했다.

다만 2014년 9월부터 올해 9월 사이 검사를 받은 배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2022년 9월까지 BWMS를 탑재해야 하며, 올해 9월 8일 이후 신조되는 선박은 곧바로 이 같은 의무 사항이 적용된다.

IMO의 이번 결정은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에서 BWMS를 탑재할 조선소 도크 부족과 선사들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도입 유예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또 2022년 9월로 BWMS 설치 기한을 통일하면 이 시점에 기존 선박이 대거 몰려 '병목 현상'이 생길 것이 우려돼 기간을 나눴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해운업계는 당장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재무적인 부담을 덜게 됐다.

앞서 한국선주협회는 협약이 원안대로 발효됐을 경우 올해 BWMS를 설치해야 하는 국적 선사의 선박 수가 총 126척이며, 609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향후 5년간 설치 대상인 선박 수는 총 586척, 설치 비용은 약 3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 강화는 선사 입장에서 상당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일이므로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2년간 시간을 벌게 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평형수 관리협약 발효로 노후 선박 교체 시기가 당겨질 것으로 기대했던 조선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BWMS를 설치하고 검사받으려면 선박 규모에 따라 약 3억∼50억원이 드는데, 20년 이상 노후 선박을 보유한 선주는 이 비용을 감수하기보다 BWMS를 애초에 탑재한 새 배를 주문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선사가 올 하반기부터 노후 선박을 폐선하고 신조 발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일부 보류된 것이어서 큰 변화는 없겠으나 수주 한 건이 귀한 상황에서 일감 확보가 다소 늦어지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오는 28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리는 '산업포럼'에서 평형수관리협회, 선사, 연구학회 등 관계자들에게 선박평형수 관리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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