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마켓]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에도 '꿋꿋'…엇갈리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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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 (사진=연합뉴스)

"3분기 적자전환 불가피" vs "미래 성장성에 주목해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무려 1조원의 통상임금 소송에 패소한 기아차의 주가가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인한 판매절벽, 산 차질에 더해 통상임금 폭탄까지 떠안았지만,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서 충당금이 설정된 데다 6년간 지속된 통상임금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서 반등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악재임에 틀림없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시장 참여자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기아차의 주가 향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1심 패소 판결에 대한 올 3분기 적자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향후 미래 성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차는 전 거래일 대비 0.28%(100원) 오른 3만555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전날 법원이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3.45% 떨어진 주가가 이날 소폭 상승 반전한 것이다. 기관이 2175억원 순매도했지만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041억원, 762억원 쌍끌이 매수하며 주가를 상승 견인했다.

전날 1심에서 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면서 기아차에게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근로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4223억원(3년 2개월치)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받게 됐다. 기아차는 5년 10개월치를 추가로 더 줘야 하기 때문에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전체 비용은 1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업계는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통상임금 소송이 기아차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이 전날 판결로 일부 해소된 가운데, 예상 지급 범위인 1조~1조5000억원 수준에서 마무리 된 점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약 9930억원에 달하는 기아차의 2분기 말 순현금을 고려하면 재무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기아차 측에서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당장 현금유출이 발생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1심 패소 판결 놓고 엇갈린 분석 = 판결 전후로 기아차에 대한 보고서가 17건이나 쏟아졌지만 주요 증권사 가운데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증권사는 KB증권과 하나투자증권 단 두 곳에 그쳤다. KB증권이 목표가를 기존 4만5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6.7% 하향조정했다. 소송과는 무관하게 계열사인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지분가치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분법이익 등을 고려해 3분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순이익이 각각 2465억원, 369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금투업계의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충당금 1조원과 관련, 올해 이후 증가할 인건비를 영업비용에 적용해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61%, 5% 내렸다. 이에 따른 추정 주당순자산가치(BPS)는 같은기간 각각 3%, 3%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송선재 하나금투 연구원은 "비용 증가와 BPS 하락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43000원으로 소폭 하락시켰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표주가는 유지하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되레 올렸다. 최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충당금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절약된 가운데 향후 기아차의 항소로 '신의성실의 원칙'이 일부분 인정된다면 추가 환입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드디어 시장의 초점을 현재의 신차효과, 영업개선 혹은 미래의 '성장전략'으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펀더멘털 우려·중장기적 악재 가능성 '부담' = 기아차는 당장 적자경영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안고가야 한다. 기아차는 판결 시점인 올 3분기부터 1조원의 예상 비용을 충당금으로 회계에 반영해야한다. 전문가들은 3분기 영업손실이 최소 4987억원에서 최대 633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차의 주가 향방을 마냥 밝게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7년 3분기 이후 10년만의 분기 적자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며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에서 노조측의 임금 체제 변경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은 추가적인 불안요소"라고 말했다.

기아차에 대한 펀더멘털 우려도 여전하다. 장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재고 부담, 중국의 사드 이슈로 인한 출하 부진, 멕시코 가동률 회복 지연과 같은 부정적인 펀더멘털 이슈가 지속돼 주가의 상승 탄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불확실성은 줄어들었지만 자동차업계의 불확실성이 늘어난 것도 중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의 통상임금 판결은 업계 전반의 노사관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며 "앞으로 노사 간 대승적 합의가 없다면 인건비가 높고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국내공장의 해외이전이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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