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파업의 '교훈'
조흥銀 파업의 '교훈'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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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파업이 예상 밖으로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파업으로 말미암아 예금자의 인출사태가 빚어지면서 조흥은행은 유래없는 유동성위기를 맞이하는 등 금융대란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사태 심각성을 인식한 재경부 등 정부는 파장 진화에 나섰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파업이 진행될 수록 노조원 참여가 늘어난 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간접 지원으로 노조 측은 한층 고무된 상태다. 정부는 당초 조흥은행 파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건 사실이다.

파업 명분이 약한데다 타 금융기관 노조의 동조를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한국노총 위원장의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른 이용득 금산 위원장의 보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을 과소 평가했었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국노총은 동조파업을 결정했으며,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도 조흥은행 노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파업 이틀째인 19일 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는 조흥은행 본사를 방문, 노조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자면 조흥은행 파업은 정부대 노동계 시민단체들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와중에 속이 타들어 가는 쪽은 정부와 새로 인수자로 선정된 신한지주다. 정부는 노조의 반발에 밀려 협상을 늦춰오다 조흥은행 예금인출사태에 따른 금융 대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으며, 신한지주는 노조의 파업으로 기업 가치를 온전하게 인계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신한지주는 노조 달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1일 새벽 김진표 재경부 부총리의 중재로 나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협상을 벌었지만 결과는 소득이 없었다. 그러나 신한지주 쪽이 협상의지를 보임에 따라 어떤 방식이든 간에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이 예견되는 등 타협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비록 이날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노사양측은 대화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 이런 제스처는 타협에 도달할 것이란 긍정적 해석을 낳고 있다.

금융계는 이번 주가 파업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도 조흥은행 파업을 다음주까지 놔둘 수만 없는 형편이다. 걷잡을 수 없는 예금인출사태 때문이다. 지금 분위기에선 정부가 공권력 투입이라는 불가피한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 불행사태로 치닫기 전에 이해당사자 간의 타협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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