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를 삼켰다"…호반건설, 대우건설 사실상 인수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호반건설, 대우건설 사실상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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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 (사진=호반그룹)

인수가 1조6200여억 원…올여름께 매매계약 체결 예정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 업체인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의 새로운 주인으로 낙점됐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호반건설이 1조2000억 원, 대우건설이 10조9857억 원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호반건설과 산업은행 간 매매 계약이 확정되면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 된다.

대우건설은 1973년 설립된 이후 4번째 주인을 맞게 되면서 다시 한번 변곡점에 서게 됐다. 다만, 이번 매각에 대해 노조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매매계약 체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지분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진행된 본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 중인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다. 호반건설은 매각 대상 지분 중 40%만 주당 7700원에 사들이고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인수 방식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한다.

매각 대상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계산한 인수 가격은 1조6242억 원이지만 지분 40%만의 인수대금은 1조2801억 원으로 추산된다.

호반건설은 19일 본 입찰 당시 금융기관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의 자금 증빙만으로 1조5000억 원을 제출한 만큼 인수자금 마련은 문제가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호반건설의 매출액은 1조1815억 원, 영업이익 1791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1324억 원, 부채는 229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택지지구 24개 현장 2만3000가구를 준공해 현금을 확보하면서 현재 현금성 자산은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에도 15개 사업장이 준공을 앞두고 있는 만큼 추가 현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

산업은행은 다음 달 호반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정밀 실사를 거쳐 최종 매매계약조건을 확정한 뒤 올여름께 매매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로 매매 계약 체결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우건설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고용 승계와 노조 단체협약, 취업규칙 승계가 평가항목과 조항에 포함돼 있는지조차 공개되고 있지 않다"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경험과 이해, 경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되는 만큼 인수를 절대적으로 막아낼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추가 부실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2016년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빅베스'를 단행했다고는 하지만 실사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산은과 매각가 협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지금도 '헐값 매각' 이슈로 정치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만큼 언제든지 매각절차가 백지화될 수 있다.

조짐은 이미 나타났다. 당초 지난 주 결정키로 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매각자문사의 평가가 다 이뤄지지 않았다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날로 미뤄진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건설이 은행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게 됨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과 상대적으로 대우가 규모와 조직이 작은 회사에 인수됨에 따른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중대형 건설사라도 법정관리 등으로 회사 외형이 줄어든 경우에는 작은 업체에 팔리는 경우가 많지만 대우건설은 산업은행의 체제 하에서도 수주와 매출 등에서 업계 상위 3∼5위권을 계속 유지해온 회사"라며 "이런 점 때문에 호반건설의 인수에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반건설이 시공능력평가 3위의 대형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면서 회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1989년 자본금 1억으로 설립된 호반건설은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사로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2005년에는 본격적으로 수도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고 아파트 브랜드 '호반베르디움'을 론칭, 지금까지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 주택전문 건설업체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01년 스카이밸리 C.C, 2010년 하와이와이켈레 C.C, 2011년 KBC광주방송, 2016년 울트라건설, 2017년 제주퍼시픽랜드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유명세를 탄 리솜리조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재계 순위 47위에 올라 있다.

호반건설은 올해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올해 신규 사업 발굴과 M&A를 포함한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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