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새우는 고래를 삼킬 수 없다'는 업계의 우려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호반건설이 인수 포기를 선언하며 대외적으로 밝힌 이유는 '해외 부실'이다. 지난해 4분기 모로코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억 원대의 부실은 호반건설 연간 매출의 4분의 1에 달하는 만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2016년 말에 (부실을) 다 깨끗이 털었다고 했는데 갑자기 그렇게 나오니까 (당황스러웠다)"며 "우리가 전체적으로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보니 부담스럽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역시, 이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다. 이미 M&A 시장에서 입찰과 철회를 반복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2015년 이후 10번의 M&A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인수에 성공한 것은 1000억 원대 미만의 울트라건설과 제주 퍼시픽랜드 뿐이다. 금호산업·동부건설·SK증권 등 덩치가 큰 M&A에서는 번번이 막판에 발을 빼며 M&A 시장을 교묘하게 활용해 해당 기업의 정보만 빼간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기에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전 이전에 이미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유명세를 탄 리솜리조트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었던 만큼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 이후에 리솜리조트 인수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회사의 이름과 재력을 홍보하기 위해 M&A 시장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호반건설은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을 진행하면서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검색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호반건설이란 이름과 재무적 안정성 등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단지 회사가 잃은 것은 실사와 지분 매각 풋옵션 보증수수료 등 비용적인 부분뿐이다.
물론 재계 46위까지 회사를 키운 김 회장이 M&A 시장을 홍보의 장으로 이용했다는 의심은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줬던 행보는 그와 같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상황인 것만은 확실하다.
김상열 회장은 올해도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먹거리, 미래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인수전에 참여했다 또다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시장은 물론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은 더욱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진정성 있게 완주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