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이 아쉽다
청사진이 아쉽다
  • 홍승희
  • 승인 2003.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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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경제를 두고 각인각색의 해석이 분분하고 해법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난무한다. 비관적인 시각과 낙관적인 시각이 뒤엉키는 것이야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니 그렇다 하고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몇 년째 오르락 내리락 맴돌고 있어 조바심도 한몫하며 저마다의 주장이 분분하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4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뭔가 종전의 방식대로 접근해서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경제주체들은 당혹스럽다. 그렇다고 현 정부가 무슨 특단의 경제정책을 구사한다는 흔적도 잡히지 않고 우왕좌왕하다 혼선만 빚고 있는 듯 보이니 더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

그러다 보니 친재벌 정책이냐, 친노조 정책이냐며 치고 받는 구석이 나오고, 그러면서도 지금 우리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이 서로 그 때문이라며 이구동성 경제 침체를 얘기하기도 한다. 지금 경제상황 자체를 해석하는 데도 뭔가 확실하게 신뢰가 갈 주장들은 별로 찾아지지 않는 듯하다.

대외개방 문제만 놓고도 서로 영판 다른 주장들이 난무하지만 어느 쪽도 확실한 논리를 세워 상황을 분석한다기 보다 견강부회한 자료들을 나열하며 감정적 대립을 노정하고 있다.

지난 대선기간 중 현 정부가 주장한 바는 성장을 위해서도 분배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성장론자도, 분배론자도 다 현재의 정책 상황을 불리한 국면으로만 해석하는지 저마다 비판에만 목청을 돋굴 뿐이다.

경제단체들은 개개 기업소유자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생존 자체보다 경영권 방어에 확실하게 한 목소리가 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일부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조직 이기주의를 종종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노조의 조합주의와 노동운동이 삐긋대고 그 둘을 혼동하는 정책 당국자들의 일갈이 일반 대중들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한단계 도약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다만 아직 경제주체들이 그 사실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게 문제다.

대개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은 그 사회의 제반 체제를 환골탈태시키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로 본다. 그러나 그 패러다임 전환에 공감하는 경제주체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듯하다.

왜 우리는 몇 년째 1만달러의 문턱을 서성이고 있는가. 그 이유로는 여러 복합적 변수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 무엇보다 우리의 사회문화가 여전히 상명하달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즉, 그동안 너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들고 덤비는 데만 익숙해져 있어 스스로 변화하는 시대를 느끼고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곧잘 관치를 비판하는 소리들이 들리지만 한편에선 다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 왜 지원을 통해 관리하지 않느냐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마치 인간의 성장기로 비유하자면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와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의 상충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한국은 일단 경제개발의 첫 실험이 단시일내에 성공했지만 비관적인 그룹은 그간의 성과를 납득하지 못하고 여전히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가 하면 낙관적인 그룹은 자신만만함을 지나쳐 자만심이 팽배해 있다. 그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자면 단시일내에 성취된 발전 성과로 졸부근성이 팽배해 있고 마치 배고픈 사람이 폭식을 하고 포만감에 빠져 졸 듯이 나른해져 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일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점프업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그 필요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확산시키는 일이 급하다. 세계화 구호가 나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문 열기 두려운 그룹, 새로운 패러다임에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갖고 보퉁이 하나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는 그룹들에게도 새로운 단계의 그림을 함께 보도록 할 사회발전 청사진이 먼저 나와야 할 때다.

지금 한국 사회는 그런 공유할 청사진이 없이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몇몇개의 경제 수치에 매달리기 보다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함께 이해하고 동참하도록 만드는 경제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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