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청소년 ADHD 치료대책 마련해야
[전문가기고] 청소년 ADHD 치료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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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사진=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봉석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는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다.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는 이 장애는 발병 후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ADHD로 진단받은 아동 70%는 청소년기까지 장애를 가져간다. 청소년 가운데 50~65%는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이어질 정도다. 유병률을 토대로 국내 ADHD 잠재 환자 수를 추정하면 소아 약 36만명, 청소년 약 20만명, 성인 약 150만명이다.

ADHD 증상은 생애 주기에 따라 다르다. 아동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들수록 '과잉행동'은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앉아서 꼼지락거리거나 정리를 잘 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충동성' 증상은 지속된다. 이는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을 원만하지 못하게 만든다. 자칫 자존감을 낮춰 위험한 행동을 일삼는 비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질풍노도의 시기'엔 그릇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그러나 청소년기 ADHD 치료율은 현저히 낮다. 2013~2017년  청소년 ADHD 치료 현황을 분석해보면, 평균 치료율은 7.6%다. 이는 소아 ADHD 평균 치료율인 14%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의 경우 소아 ADHD 잠재환자 치료율은 22.3%인 반면, 청소년은 13.5%에 불과했다. ADHD로 진단받은 소아 70%가 청소년기까지 증상을 갖고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 치료 중단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에겐 초등학생이 고등학교의 일상을 수행하는 것처럼 학교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ADHD 양상으로는 △집중력 장애로 인한 성적 저하 △학교·사회생활 부적응 △불안정한 친구 관계에서 오는 좌절감 △잦은 우울감 △자존감 저하다. 증상이 방치될 시 장기적으로 대인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 사회부적응자로 발전할 수 있다.

소년원 내 청소년 ADHD 유병률을 보면 치료 중단이 가져오는 문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 소년원에 있는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원내 청소년 ADHD 환자는 17%(34명)다. 생애주기별 청소년 ADHD 유병률이 4~8%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에 질병을 방치하거나, 치료를 중단할 경우 알코올·품행 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ADHD 진단을 받은 경우 보통 청소년에 비해 정신질환 유병률이 높아 치료가 필수적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김붕년 교수팀이 서울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동용 진단적면담도구를 한 결과, ADHD를 진단받은 이들은(43명) 일반 청소년군(189명)보다 우울장애가 3배 높았다. 불안장애는 2배 이상, 품행 장애의 경우 20배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청소년기 ADHD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이 시기 증상이 사춘기 또는 '중 2병'으로 인한 일시적인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친구 관계나 우울증상, 학교 부적응이란 문제가 ADHD에서 비롯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해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정신질환 치료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주변 편견, 약물치료에 대한 낙인효과도 치료 저항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모의 경우 자녀가 폭력처럼 심각한 행동을 보이지 않거나 학교 성적이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판단하면, 치료를 임의적으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ADHD 진단을 받은 청소년의 치료를 방치할 경우 사회, 경제적 문제와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를 위한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청소년기는 소아와 성인의 과도기이자 인격과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민감한 시기이므로, 청소년 ADHD 환자들은 주의 깊은 치료를 통해 올바른 성인기를 맞이할 수 있는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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