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
시험대 오른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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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자금 유치로 합격점...위기수습능력 여부가 관건

캠코의 대량 실권으로 유동성 대책에 구멍이 난 현대카드가 지금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금융계는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은 현대카드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위 재벌 기업의 대마불사론이 아직도 시장에서는 유효하다는 것. 그러나 재벌기업의 대마불사론이 지금 시장에서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인데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면서 사측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등 그룹의 지원이 지속될 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그룹이 현대카드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지난 2001년 이후 약 1조원에 달하고 있어 추가 지원에 나서기는 역부족인 상태라는 분석 때문. 특히 현대차 노조 측으로부터 현대차 이익을 계열사 지원으로 빼돌린다는 항의에 시달릴 우려도 높다.

따라서 지난달 27일 3천 100억원의 증자 이외 더 이상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경영자로 나선 정태영 부사장의 능력 여하에 따라 현대카드의 생사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이사는 이계안 회장이지만 사실상은 오너의 사위인 정부사장이 카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부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위로 정통 현대맨이다.

정부사장은 60년 생으로 서울대 불문학과를 나와 미국 MIT MBA를 졸업한 엘리트. 정부사장은 지난 87년 현대종합상사 이사로 시작해 현대그룹에 발을 디딘 뒤 96년 현대정공 상무, 전무, 2001년 기아차 자재본부 전무를 거쳐 올해 1월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영전해 왔다.

구 현대그룹의 전문경영인들과 친족 경영인들은 자재와 재무 파트를 두루 거친 것을 감안하면, 정 부사장도 마찬가지 코스를 밟아온 현대그룹의 엘리트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정부사장이 경영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 장인의 그늘에서 벗어나 경영인으로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대에 오른 것. 과거 고 정주영 회장이 아들들에게 혹독한 경영수업을 가르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사장도 장인으로부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 검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다면 정부사장의 미래는 탄탄대로이겠지만 반대일 경우 부친을 가장 많이 닮았다는 정몽구 회장의 판단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를 세계적인 메이커 자동차그룹으로 키우기 위해 정몽구 회장은 현대카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회장은 현대카드를 인수한 후 아들인 정의선씨를 임원으로 근무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카드가 위기에 처하자 아들인 정의선 전 현대카드 임원을 빼내고, 사위인 정태영 부사장을 대타로 현대카드에 투입했다. 그만큼 사위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

지금까지 정부사장의 역할은 합격점. 한때 전 대표이사였던 이상기 사장과 갈등을 겪던 현대차의 한참 선배인 이계안 회장과 손발을 맞춰 불협화음 없이 위기를 하나씩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3월 1천800억원 증자와 6월 비록 실권을 나긴 했지만 그룹으로부터 약 3천억원과 캠코 100억원 등 총 4천 900억원의 자금을 끌여들던 것도 발빠른 정부사장의 역할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사장은 처음 경영자로 나선 탓인지 현대카드에 대한 애착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장인의 속마음을 헤아린다는 뜻도 된다. 정부사장은 취임이후 그간 외부 출입을 거의 삼가해 왔지만 지난달 23일 다이너스카드 재런칭도 직접 챙겼다. 의욕도 대단하다.

또 최근 출시한 현대카드 M 개발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

캠코의 대량 실권으로 유동성 대책에 헛점이 드러난 현대카드는 카드채 만기 연장을 위해 금융권에 손을 벌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해본 적이 없을 것같은 재벌가위 사위인 정태영 부사장이 이를 훌륭히 소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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