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직원 자녀 사칭에 同名異人까지…은행 채용비리 백태
靑직원 자녀 사칭에 同名異人까지…은행 채용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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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비율 맞추기 위해 점수 조작…외부 청탁 가장 많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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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검찰이 수사한 은행 채용비리 결과, 청와대 직원 자녀임을 사칭해 청탁하거나(하나은행) 부행장의 자녀와 동명이인(同名異人)인 지원자를 합격시켰다 최종 불합격시킨 웃지못할 사례(국민은행)도 있었다.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리 유형은 외부인에 의한 청탁으로 은행 자체의 투명한 채용 프로세스 외 채용 청탁 근절에 대한 대책이 요망된다.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는 추천이나 청탁이 있는 경우 별도로 청탁명부를 작성해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하면서 서류전형 단계에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조건 합격시켰다.

특히 외부청탁자가 딸의 채용을 청탁하면서 인사팀에 '청와대 감사관 자녀'로 허위로 청탁한 사례도 발견됐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은 또 청탁자 중에서 은행장이 청탁을 전달하거나 관심을 갖는 지원자들은 별도로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면서 각 전형별로 합격자를 표시해 보고하고 이 과정에서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기도 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부행장 부탁이 없었음에도 평소 이름을 알고 있던 부행장의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 지원자를 자녀로 오인해 논술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가, 부행장의 자녀가 남성으로 군대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면접단계에서 지원자를 탈락시켰다.

남성 비율을 높이기 위해 점수를 조작해 채용한 것도 225건이나 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 여성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점수를 조작해 남성지원자 113명의 등급점수를 상향해 합격시키고, 여성지원자 112명의 등급점수를 하향해 불합격시켰다.

하나은행은 2013~2016년 신입행원을 채용하면서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사전에 설정해놓고 별도의 커트라인을 적용하는 방법을 썼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의 남여 지원자 비율은 5.5:4.5 수준이었지만 합격자 비율은 8:2 수준으로 남성이 월등히 많았다.

특정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조건이나 자격을 조작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나은행은 청탁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애초 계획에 없던 '해외대학 출신'전형을 별도로 신설해 불합격 대상이던 2명(480명중 456위, 344명중 341위)을 최종 합격시켰다.

대구은행의 경우 은행장으로부터 주요 거래처 자녀에 대한 채용 지시가 떨어지자 해당 지원자가 보훈대상자가 아님에도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해 불법채용 했다.

청탁이 있었던 특정 지원자를 위해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 전형 과정에서 수회에 결쳐 중복적으로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키는 사례는 대부분 은행에서 확인됐다.

지방은행은 기관금고 유치를 위해 부정 채용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은행은 도금고 유치를 위해 경남발전연구원장으로부터 딸에 대한 채용청탁이 있자 단계별로 점수를 조작했고 그걸로도 부족하자 합격인원을 증원하고, 계획에 없던 영어면접까지 진행해 합격시켰다.

2013년에는 시금고 재유치를 대가로 부산시 세정담당관의 아들을 점수 조작으로 합격시켰다.

광주은행은 2015년 인사·채용부문 총괄 임원의 딸이 지원하자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해당 은행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기재하고,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 점수에 고득점을 부여했다. 뿐만아니라 임원은 딸의 2차 면접에 직접 참여해 최고점수를 부여해 합격시켰다.

검찰은 재판중인 금융기관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철저한 공소유지를 통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수사중인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에 대해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이 처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금융기관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채용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채용 청탁 행위 자체를 근절하기 위한 입법적 해결방안을 도입하는 방안 등 유관기관과 꾸준히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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