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전쟁
미국의 새로운 전쟁
  • 홍승희
  • 승인 200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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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전쟁의 목표가 세계 2위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의 석유였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아직도 북한과 이란 등에게 계속 위협을 가하고는 있으나 그 위협의 강도나 행동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대 북한 압박이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불안 요소지만 그런 위협에만 신경을 팔 형편이 아닌 듯 싶다. 군사력을 앞세운 기세싸움의 뒤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또다른 전쟁이 결코 그만 못지않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하다가는 양동작전에 말려들 소지도 있지 않은지, 미국이라는 상대가 주력을 어디에 두고 포진하고 있는지를 이제 조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이른 듯하다.

지금의 미국은 정보공작에 있어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국가다. 이라크전에서도 미국의 그같은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전을 보면서 궁금했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그 막강하다던 공화국 수비대가 도대체 왜 싸우지도 않고 사라졌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물음에 대해 미국인들-물론 소수의 학자들이긴 하지만-은 ‘CIA가 왜 존재합니까’라고 반문한다고 한다.

이런 미국이 지금 디플레이션 방지를 이유로 전세계에 환율비상, 금리비상을 걸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달러화 구출작전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새로운 중심권을 형성하려던 유로화가 일차적 타격을 받으며 달러화의 장수를 위한 거름 노릇을 하게 생겼고 새로운 경제블럭 형성의 기운이 자라고 있는 동북아 국가들이 경제회생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미국의 새로운 무기는 아직 밑그림도 완성되지 않은 동북아 블록을 여지없이 흔들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다른 꿈을 꾸고 있고 한국은 아직도 비몽사몽 상태로 헤매는 모양새다. 지금 한반도의 위기를 무기로 한 미국의 대 동북아 전략에 일본이 가장 약삭빠르게 편승하고 있고 어차피 미국의 견제를 피할 수 없는 중국은 그들 방식대로 저울대를 들고 바쁘게 눈을 굴리고 있다.

이미 장기간의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은 아마도 미국의 MD체제에 편승하면서 그들의 전자제어 기술을 가다듬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자 나설 것이다. 미국의 겨드랑이 밑에서 열심히 군국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의 핵심인 MD체제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그들의 기술을 미국 무기에 심는 일에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미국이 일본의 이란 유전개발을 가로막고 나서는 등 일본으로서도 행동반경을 넓히기는 수월치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무기생산시스템에 침투해있는 일본의 기술이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중국은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군사력에서는 어떻든 미국의 견제가 끊이지 않을만큼 막강한 중국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직은 저가 대량생산으로 기반을 더 닦아나가야 할 형편에서 일단 성장속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력이 아직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던 중국 경제는 일단 다소 주춤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현재의 한국은 안팎, 양쪽으로부터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분명 새로운 사회시스템이 요구되고 있지만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변화를 요구하는 쪽에서는 조급증이 발동된 상태다.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저항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기는 하나 문제는 갈등하는 양 당사자들이 전체 국면을 보고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느냐는 점에서 염려스럽다. 너무 전술적 성과에 급급한 모습들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미 북핵문제가 미국 동북아 정책의 지렛대로 작동하고 있는 판국이다. 물론 지렛대가 영영 지렛대로만 작동할지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런데다 그것을 빌미로 한 국가신용등급 조정협박이 가해지고 더하여 환율압박, 금리압박이 밀물처럼 다가오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국내문제를 결코 국내의 시각만으로 바라봐서는 안되는 시점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빛도 소리도 없는 전쟁에 휘말려 있으면서도 너무 방심하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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