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 김성호
  • 승인 2003.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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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협회와 증권산업노조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별교섭 허용을 놓고 서로간의 입장피력으로 시작된 증협과 증산노조간의 갈등은 이 후 증산노조가 협회의 로비를 불법 점거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니 이제는 협회가 이들 노조를 저지하기 위해 사설 경호 단체까지 고용하는 등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증협과 증산노조간의 갈등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작년 10월 증협과 증산노조는 증권사 신용불량 직원에 대한 업무영위 제한을 놓고 한 차례 혈전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증협은 ‘증권사의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증권사 신용불량 직원에 대한 업무영위 제한을 적극 검토 중에 있었고 증산노조는 증협이 우월적 업무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오호수 협회장의 퇴진까지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일을 계기로 증협과 증산노조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문제는 증협과 증산노조간의 이 같은 갈등이 오히려 증권사 직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산노조에 가입돼 있는 증권사 노조위원장들은 증협과의 치열한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증산노조로 발길을 향하고 있으며, 노조위원들 또한 모든 신경을 증산노조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작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내의 문제는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는 것.

실제로 이들 증권사의 노조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회사의 부당한 행위를 호소하는 조합원들의 글이 매일 수십 개 씩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증산노조의 행위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의적인 문제에 앞서 당장 조합원들이 회사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지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냐”며, “매일같이 비워있는 노조위원장의 자리를 볼 때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물론 11개 증권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증산노조가 자신들만의 영위를 위해 협회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증산노조가 요구하는 대의적인 문제에 앞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은 당장 자신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행위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

증산노조에 소속된 11개 증권사의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노조위원들은 지금 당장 6천여명의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현재 자신들이 주장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명분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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