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한율(韓律)'은 우리 자연에서 찾은 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자연주의 브랜드다. '이 땅의 자연만큼 한국 여성 피부에 이로운 것은 없다'는 믿음 아래 어린 쑥과 쌀, 서리태처럼 한국인에게 친숙한 원료를 주로 쓴다.
아모레퍼시픽이 한율을 처음 선보인 건 2007년 10월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한율을 대한민국 대표 동의한방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우리 자연에서 얻은 건강한 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장품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한국 '한(韓)', 균형 '률(律)'로 이뤄진 브랜드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연구에 힘을 쏟았다.
2014년 3월 한율은 전래민방 콘셉트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전까지 한방 화장품 이미지가 강했다면, 재단장 이후엔 어머니로부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래민방을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삼았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우리나라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에서 찾은 식물을 활용해 가족을 치유하던 전래민방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며 "한율도 오랜 기간 맥을 이어온 삶의 과학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한율의 주요 원료는 쌀과 서리태, 백화고, 흰 감국, 어린 쑥, 갈색 솔잎 등이다. 대부분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한국 식물들이다. 한율 연구원들은 사계절을 견디고,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며 피어난 식물에서 균형 잡힌 아름다움의 비밀을 찾고 있다.
오랜기간 여성들에게 사랑받아온 보습 미용 원료 쌀은 한율 주력 제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구원들은 '쌀뜨물'에 주목했다. 쌀을 씻을 때 나오는 이 뽀얀 물은 '미감수(米泔水)', '백수(白水)'로도 불리는데, 비타민과 전분질 같은 영양이 녹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품질로 유명한 여주 쌀을 활용해 한율 제품을 만드는 데 응용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쌀을 활용한 전통의 지혜를 제품 곳곳에 녹여냈다. '한율 진액 라인'에는 '홍국미 발효법'이 사용됐다. 홍국미는 하얀 쌀을 빨간 누룩(홍국)으로 발효해 만들어지는 빨간 색을 띠는 쌀을 말한다. 예로부터 집안에 환자가 있을 때 홍국미를 만들어 먹이곤 했던 것에서 착안했다. 한율 진액 상품을 만들 땐 흙으로 만든 옹기에 하얀 여주 쌀을 넣고 8일 동안 빨간 누룩으로 발효한 원료를 활용한다.
음력 5월5일 단오가 되기 전 아모레퍼시픽은 강화도에서 자란 어린 쑥을 채취하고 훈증법을 활용해 원료를 추출하는데, 이 역시 전래민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린 쑥 훈증법은 12시간 동안 쑥에 뜨거운 김을 쐬어주고, 그 증기에 녹아 나온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이다. 추출된 원료는 피부 진정, 정화 효과를 주는 화장품으로 태어난다.
우연한 기회와 세심한 관찰력이 결합돼 사용하게 된 원료도 있다. 까다로운 온도와 습도 조건으로 인공 재배가 어려운 송이가 유독 소나무 아래에서만 발견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지닌 아모레퍼시픽 연구원들은 솔잎의 비밀을 파헤쳐보기로 했다. 그 결과 솔잎은 푸른색일 때보다 갈색으로 바뀌고 난 뒤 활성 성분량이 월등히 많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송이버섯 생장을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자연산 송이가 자라는 깊은 소나무 숲 땅 밑에는 언제나 갈색솔잎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갈색 솔잎은 푸른 것보다 산성 성분이 증가돼있어 토양을 약 산성화시키고, 미생물을 왕성하게 만들어 송이가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10월이면 예로부터 소나무가 많은 고장으로 유명한 충북 괴산에서 3년 된 갈색 솔잎을 원료로 채취한다. 이 솔잎을 뜨거운 물에 데쳐 껍질을 벗겨내고, 고온수 천법으로 유효성분을 추출해 한율 율려원액 원료로 쓴다. 고온수 천법은 귀한 약재 효능을 고스란히 우려내는 방법이다.
초기 9시간 동안 증류해서 나온 나쁜 액은 버리고, 나머지 9시간 동안 나온 증류액의 좋은 성분만을 모아 효능을 끌어낸다. 이 과정을 거치면 비유용 성분은 제거되고, 효능 성분은 2배 이상 농축된다. 추출 가공된 성분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 손상을 방지해주는 노릇을 하고 피부 균형 정상화를 돕는다.
지난 2월 배우 김소현을 한율 브랜드 모델로 선정하며 1020여성까지 아우르고 있다. 한율을 담당하는 이수연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평소 배우 김소현의 청초하고 맑은 이미지가 한국적인 자연의 편안함을 전하는 한율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한국적 자연주의 피부를 표현할 수 있는 원료로, 다채로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