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우리나라와 실물 및 금융거래 연계성이 높은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은행이 진단했다.
한은은 26일 이 같은 내용의 '7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이후 일부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통화 약세, 자산가격 하락,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 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해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을 기초 경제여건이 취약한 국가의 시장 불안이 두드러졌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경우 2016년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한 상황에서 글로벌 금리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외채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브라질과 인도는 높은 재정적자비율이 △인도네시아는 채권시장의 높은 외국인 투자비중과 경상수지 적자가 △말레이시아는 외환보유액 대비 높은 단기외채 비율이 각각 취약 요인으로 평가된다.
개별국가의 정치·사회적 불확실성도 시장 불안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말과 금년 초에 걸쳐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목표를 오히려 상향 조정하고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정책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된 것이 이번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터키의 경우 지난 6월 실시된 조기 총선·대선 진행과정에서 정부의 부양 정책에 따른 경기과열 및 통화정책 대응 실기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브라질은 10월 대선을 앞두고 연금개혁이 지연되는 가운데 대규모 노사 분규가 지속되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이 증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중순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 가능성과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로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됨에 따라 신흥시장국 금융불안이 상당기간 지속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특히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중국 금융시장도 투자·소비 등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 미국과의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중국 주가와 위안화가 큰 폭 약세를 나타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한은은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이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른 신흥시장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양호한 기초경제 여건을 바탕으로 현재 높은 국가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도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순유입을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취약국 간 상호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크지 않아 국내 금융기관 등의 건전성에 미칠 영향도 미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우리나라와 실물 및 금융거래 연계성이 높은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국내외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