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사업 안정화 이룬 후 중·러 연계한 '유라시아 철도사업' 전략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초로 시베리아횡단철도(Trans Siberia Railway)를 주 1회씩 급행 화물열차인 '블록트레인(Block Train)'으로 북방 물류사업을 운영한다고 14일 밝혔다.
블록트레인이란 기착지 없이 화물의 출발지와 도착지를 급행으로 연결한 전용 열차 시스템이다. 화물을 한 번에 실어 목적지까지 직송해 물류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부정기적인 '싱글트레인(Single Train)' 화물 운송을 이용했다. 이는 복수의 기착지와 터미널을 거쳐 운행하는 방식으로 블록 트레인과 비교했을 때 화물 운송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며, 목적지까지 충분한 화물이 확보돼야 열차가 출발하기 때문에 정시성이 떨어진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달부터 국내 기업 최초로 TSR의 동단 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부터 서단 종착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의 총 1만km 운행구간을 블록트레인으로 물류를 운송함으로써 물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번 TSR 사업의 최종 도착지인 슈사리역이 컨테이너선 터미널과 가까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이라 발트해~북해를 활용한 서유럽 근해 해상 운송 연계가 수월해지는 강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가 TSR 사업의 첫 물량으로 수주한 화물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HMMR)으로 납품하는 엑셀 페달·램프· 휠 커버 등 약 90여개의 자동차 생산 부품이다. 이는 러시아 HMMR에서 생산하는 현지 차종 솔라리스·크레타 등에 사용된다.
현대글로비스는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선적한 화물을 약 970km 거리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우선 해상 운송한 뒤,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TSR에 선적해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FESCO)'의 철도 서비스를 이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직송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운송기간은 총 22일이 소요된다.
이전 화물 운송한 방식은 주로 해상 운송이었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선에 화물을 선적해 남방항로를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모비딕항까지 운송한 뒤 화물차에 옮겨 공장까지 육로로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약 2만2000km의 해상 운송 거리와 총 43일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번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한 TSR 물류사업은 운송 거리는 물론 기간까지 모두 절반가량 단축했다.
TSR 사업의 본격화한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오전 첫 물량으로 수주한 러시아 HMMR 공급용 자동차 반조립 부품(Knock Down) 64FEU(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를 화물열차에 실어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시켰다. 화물열차는 12일 후인 26일에 약 9600km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 남쪽의 슈샤리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석배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러시아 연해주 부지사, 게르만 마슬로프 페스코 운영총괄임원 등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해 TSR 사업 발차 기념행사를 열고 성공적인 사업을 기원했다.
김 사장은 "본 사업의 완벽한 수행을 위해 지난 3년간 다각도에서 철저하게 준비해 왔으며 자사의 선진 물류기법을 TSR 물류 루트에 적용해 수출입 기업들에게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글로비스는 성공적인 TSR 물류 사업 안정화를 이룬 뒤, '유라시아 철도 물류'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러시아-중국 철도를 연계함으로써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대륙 철도망을 하나로 활용해 물류 사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남북한 연결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중국-유럽의 철도가 하나로 이어질 경우 새로운 '철(鐵)의 실크로드'가 개척될 수 있다며 TSR과 중국 동부~카자흐스탄~러시아로 이어지는 중국 횡단철도(TCR) 연계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난 2013년 한국 국적 선사 최초로 북극항로를 이용한 화물 운송에 성공하며 북방물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며 "자사가 나서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국내 물류산업 발전 및 세계 교역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