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CJ그룹이 지난 10일 박근희 전 삼성생명 고문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선임한 이유는 대외활동 강화로 압축된다. 특히 최근 CJ대한통운이 택배연대노조와 '택배물량 빼돌리기', '7시간 분류작업' 등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어 이 부분에 박 부회장이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삼성카드·삼성캐피탈 사장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삼성금융맨출신으로 불리지만 재계의 청와대로 불린 삼성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 경영진단팀장(부사장)으로 명성이 높다.
지난 1998년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이름을 바꾼 삼성 구조본은 경영진단팀, 법무팀, 재무팀, 기획팀, 인사팀, 홍보팀, 비서팀 등 7개 실 팀으로 구성됐다.
경영진단팀은 지난 2006년 구조조정본구 해체 전까지만 해도 삼성그룹에서 재무팀과 함께 가장 막강한 조직으로 꼽혔다. 주 업무는 '감찰'로 그 정도가 검찰 수사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에 따르면 경영진단팀은 불시에 사무실 안 모든 서랍과 컴퓨터를 뒤지는 경우가 많았고 통화명세 조회 동의서를 받아 대상자의 통화명세를 조회하고 계좌 입출금 명세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 직원들은 비리를 캐는 일을 한다고 알려진 경영진단팀 눈에 띄지 않게 피해 다닐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으로선 '월드베스트 CJ' 달성에 첨병역할을 수행하는 CJ대한통운이 택배연대노조와 갈등을 하루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삼성 구조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박 부회장을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앉혀 진화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박 부회장은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성향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박 부회장이 택배노조와 갈등을 '강(强) 대 강(强)'으로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예상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박 부회장이 공격적인 성격이지만 소통을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으로 택배노조와 갈등을 풀어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부회장은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 당시 수시로 영업점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으로 유명하다.
택배연대노조는 박 부회장의 대한통운 인사가 갈등 해소에 해법이 될지 지켜보자는 태도다. 노조 교섭요구를 수용할지 말지는 박 부회장 의지에 달렸다는 것.
택배연대노조 관계자는 "물류업계서는 박근희 부회장의 이번 인사를 CJ와 삼성 간 관계회복으로 보고 있고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의 사태 해결은 부회장이 새로 왔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대한통운이든 박 부회장이든 노조의 요구를 얼마나 선제적으로 들어주고 이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부회장이 아직 노조에 먼저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고 노조도 먼저 박 부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하는 등과 같은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