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동산담보대출 3조원 성장은 무리"…우려만 가득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3조원 성장은 무리"…우려만 가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패한 대출 상품…시장 상황에 따라 회수도 유동적
"금융당국 눈치로 취급액 출시 초반 반짝 증가" 전망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로드맵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로드맵 (자료=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동산담보대출 제도가 3년내 3조원을 목표로 새출발했지만 불과 3개월만에 우려 가득한 지적이 은행권에서 제기된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초반 반짝 실적은 나오겠지만 장기적으로 성장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이 지난 5월 28일 출시한 스마트동산담보대출은 이달 22일까지 약 3개월간 172억원 공급됐다.

또 신한은행은 이달 20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신한 성공 두드림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이 외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시행 예정인 '은행권 동산담보대출 표준안'에 맞춰 차주와 담보범위를 넓히는 등 작업을 진행중이다.

은행권은 동산담보대출을 준비하면서도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동산담보대출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실패한 상품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012년 8월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다. 담보로 맡길 수 있는 동산은 유형자산, 재고자산, 농축수산물, 매출채권 등이었다.

당시에는 경기침체 등으로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중소기업에 3개월만에 2640억원의 대출을 실행해 '가뭄에 내린 단비' 역할을 했다. 그렇게 도입 2년간 총 1조345억원이 공급됐다.

하지만 담보로 잡힌 동산의 소멸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대출 실행금액은 빠르게 감소했다. 매월 400억~500억원대에 이르던 월평균 취급 실적은 100억원대로 낮아졌고, 급기야 2015년부터는 잔액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은행에 동산담보처리 권한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한번 꺾인 감소세는 다시 돌아서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3월 기준 2051억원에 그쳤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에서는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부착해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IoT 기기를 부착한 부분만 제거한 뒤 매각할 수 있는 등 근본적인 관리 방안은 될 수 없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IoT 기기를 부착하더라도 결국 은행 직원이 직접 나가서 실사를 확인하는 등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전혀 변한게 없다"며 "담보물의 훼손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다시 활성화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같은 정책 대출 제도인 '기술금융'과 비교하더라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주도로 2014년 7월 도입된 '기술금융'은 출시 4년째인 2018년 6월 현재 잔액 14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술금융은 순수하게 중소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판단해 대출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면 은행이 안게 되는 리스크가 현저하게 낮아진다. 그렇다보니 전문 평가사가 나타나게 되고 평가모델, 방법 등도 고도화 되는 등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반면 동산담보대출의 경우 담보물의 가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는데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담보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리스크가 매우 높다.

만약 중소기업이 5억원 규모의 기계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고 가정했을 때 이 회사가 기계를 전혀 사용하지 않더라도 감가상각 때문에 담보물의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또 금융당국이 은행에 자체매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전문매각시장을 개선하는 등 은행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방침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경기 악화로 기업이 줄줄이 문을 닫아 은행이 담보를 처분할 때 시장에 담보물이 대량으로 풀려 기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실제 평가액과 무관하게 고철값만 받고 기계를 처분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무담보대출'로 봐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평가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기술금융은 평가서를 통해 담보가치를 명백하게 판단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평가방법의 발달로 은행 리스크는 더 낮아진다"면서도 "동산담보의 경우 처분할 수 있는 시장 자체가 작은데다 상황에 따라 회수 가능성이 유동적이라 은행권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정부가 담보에 대한 보증을 해주는 것 뿐인데, 이렇게 되면 보증서 대출과 다를바가 없다.

은행권은 다만 상품 출시 초반 취급 금액이 반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직접 제도에 대해 소개를 할 만큼 금융당국에서 관심을 가지다보니 은행권에서도 눈치를 살피고 있다"며 "상품 출시 초반에는 비슷한 금리나 한도라면 부동산담보 대신 동산담보대출을 우선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3조원은 무리한 계획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