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투게더] "삼성패션디자인펀드 덕에 과감한 시도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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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웨어 브랜드 '플라이스' 이승준 디자이너, 13회 수상 후 판매보다 창의성 주력
지난 10월15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카페에서 이승준 디자이너가 브랜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생 브랜드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하고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급급했지만, 이젠 과감한 시도에 나섰답니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덕분이죠. 돈이 많이 들어 못 해봤던 색 개발에 용감하게 도전했고, 실도 마음껏 사봤습니다. SFDF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실감하게 됩니다."

니트웨어 브랜드 '플라이스(PLYS)'를 3년 전 선보인 이승준 디자이너가 달라졌다. 세상에 없는 색을 만들기 위해 염료도 마구 사들이고, 이탈리아 실 박람회에서 재료를 사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변곡점은 지난해 12월12일. 삼성물산 패션부문 후원 프로그램 SFDF에서 제13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부터다.     

지난 10월15일 서울 중구 명동 한 카페에서 이승준 디자이너를 만나 SFDF 수상 후 1년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어봤다. 이 디자이너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과감'이었다. 내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몸집을 불리기 위해 비용을 아끼고, 유통망을 늘리느라 마음 졸였다. 그러나 상금을 받으면서 디자인에 좀더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이승준 디자이너가 직접 염료를 섞어 만든 실 색상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그 동안 감행하지 못했던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습니다. 안 해봤던 것에 뛰어들었죠. 특히 실 색상 개발에 돈이 꽤 많이 들어가는데,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염료를 직접 사서 섞어 시중에 없는 색을 만들었어요. 종이에 색칠해 공장으로 보내고 실타래를 받는 작업을 반복했죠. 이탈리아에서 열린 실 박람회에서 니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들을 마음껏 사서 실험해볼 기회도 얻었습니다."
 
물론 외적인 변화도 있다. 상금 10만달러(약 1억원)를 손에 쥔 뒤 직원을 뒀고, 새로운 촬영기법도 시도했다. 지난해까지 스튜디오 사진 작업만 했지만, 올해부턴 비디오와 야외에서 촬영했다. 미처 신경 쓸 여력이 없던 일을 맡아줄 직원도 뽑았다. 이 디자이너는 "SFDF를 통해 판매보다는 디자인, 창의성에 힘을 쏟게 됐다"며 "바이어에 관한 정보는 물론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디자이너는 SFDF 수상 후 기념 전시 때 있었던 '초대박' 홍보 기회도 소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운영하는 편집숍 비이커에서 플라이스 옷들을 선보여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연예인 김나영씨가 플라이스 형광 터틀넥 니트를 사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면서 하루 200건이 넘는 문의가 들어왔다. 결국 해당 니트 모든 색상이 동났다. 아직도 옷을 찾는 소비자가 있어 곧 재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프론트로우x플라이스' 파카 (사진=더블유컨셉)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플라이스는 자연스레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얼굴을 알렸다. 해외에선 출시 첫해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자와 만남이 덜했다. SFDF 수상 후 더블유컨셉코리아부터 협업 제안도 받았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그가 잠시 한국을 찾은 것도 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더블유컨셉코리아의 자체 브랜드 '프론트로우'와 플라이스가 함께 만든 파카(방수 코트)는 10월29일 공개됐다. 플라이스 특유의 감각적인 배색과 더블유컨셉코리아 기획력으로 파카는 출시와 동시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플라이스 매출도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첫 해 2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4억원까지 늘었다. 이 디자이너는 앞으로 서울과 베를린을 좀 더 자주 오가면서 각 도시 장점을 살린 옷을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 유통처도 늘어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편집 매장인 분더샵에서만 플라이스 상품을 판매했지만, 앞으로 비이커와 더블유컨셉 온라인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플라이스 직영 온라인 쇼핑몰도 곧 열 예정이다.

"플라이스 컬렉션은 재밌고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럽습니다. 컬렉션에 쓰이는 원사 대부분이 로로피아나(고급 캐시미어에 특화된 이탈리아 직조회사) 것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별다른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데에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는 플라이스만의 고집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서울에서 쇼를 열어 국내 팬을 만나고 싶어요. 컬렉션에 상품 수가 많지 않지만, 여러 아이템을 추가하려고 시험하고 있습니다. 액세서리는 물론 재봉틀을 사용하는 우븐 소재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 이승준 디자이너는

이승준 디자이너가 서울 중구 명동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지민 기자)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디자인스쿨에서 텍스타일(수공예나 공업을 통해 천을 짜고 엮고 염색하거나 수를 놓는 것)과 남성복을 공부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패션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6년 섬유 한가닥, 한올을 뜻하는 단어 'Ply'(플라이)에서 착안한 브랜드 플라이스를 출시했다. 플라이스는 남녀 공용 브랜드다. 플라이스에선 스웨터를 중심으로 한 니트웨어를 주로 선보인다. 고급 원사를 사용하고, 독특한 색감과 예술적 그래픽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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