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직원감소세ㆍ아웃소싱 비중 늘어나"
[서울파이낸스 윤미혜 기자] 일부 카드사에서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카드업계 전반에 '고용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금융사 전환을 목표로 IT관련 인력 충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고급인력이 이미 빠져 나가거나, IT근로자의 노동환경이 열악해 향후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 종사자는 올 6월 기준 1만2639명으로 전년 동기 1만2860명 대비 221명 감소했다. 이는 카드업계 임직원 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1만5184명보다 2545명(16.7%) 줄어든 것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를 디지털 인력으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향후 디지털회사로 출범하기 위해 150명 규모의 디지털 인력을 충원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실상 일정 부분은 내부인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이미 국내 시장에 IT고급인력이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정태영회장은 지난 7월 해외 주재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해 다양한 IT 관련 산업 종사자를 만나는 등 전방위적인 디지털 인재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BC카드는 지난 5월 28일 마감한 올해 상반기 채용전환형 인턴 채용에서 핀테크 개발, 빅데이터 부문 채용을 진행했다. 신한카드도 작년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외부 전문가 영입과 체계적인 내부 인력 양성을 통해 2020년까지 디지털 인력을 전사의 50% 수준까지 확대해 나갈 것을 선언한 바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6월 디지털, 모바일 앱,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경력직을 선발했다. 세부 부문으로는 '디지털 채널 데이터 분석 및 성과지표 관리', '빅데이터 기반 신사업 기획/추진', '정보보안 취약성 평가' 등이다.
이처럼 카드사들은 인원이 줄어든 만큼 IT인력을 대거 모집하고 있지만, 국내 IT인력의 근무환경이 열악하거나 고급인력은 이미 반도체·통신사 등으로 빠져나가 우수인력 선점에 여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헤드헌팅사 관계자는 "금융사에서 통상 행해지는 '하도급 관행'과 '초과근로' 등이 원인"이라며 "IT업종에 계신 분들이 금융권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급 인력으로 분류되는 인재는 근무환경이 나은 대기업 반도체ㆍ해외IT기업ㆍ통신사 등으로 이미 빠져나간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드 회사로서는 숙련된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이철희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IT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IT노동실태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503명 가운데 201명이 '원청ㆍ발주업체에서 일한다'고 답했지만, '원청ㆍ발주업체와 계약했다'는 것은 100명에 불과했다. 즉 절반이 (하)도급업체와 계약한 셈이다. 심지어 초과근로시간은 기록조차 되지 않았다. 응답자 전체의 57.5%, 300인 이상 사업장 정규직의 26.1%가 근로시간이 집계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IT인력은 대부분 계약직으로 돌리기 때문에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금융사 IT시스템 개발업체 관계자는 "디지털 관련 인력으로만 150명이라는 숫자는 어불성설"이라며 "IT업계 특성상 아웃소싱이 많고 프로젝트 관리자만 정규직인 경우가 많아서 한꺼번에 여러명을 정규직으로 뽑을 수 없다. 금융권의 경우 IT분야로 채용된다해도 1~2년 계약직으로 고용되고 이후에 정규직 전환이 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금융사(카드사ㆍ보험사 등)에서 프로젝트를 띄우면 외주업체에서 이를 받아서 결과물을 내놓는데, 빅데이터ㆍ모바일 등 세분화 시킨다고 해도 인원이 많지 않다"며 "카드사보다는 보험ㆍ은행 쪽 니즈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카드사는 IT 부문에서 내부 인력을 줄이고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IT 업무를 수행하는 비중은 평균 30%가 채 되지 않았지만 최근 3년간 IT 외주율은 61.1%, 68.7%, 70.9%로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카드업계의 IT 인력 아웃소싱 비중은 70.9%로 보험사(65.5%), 금융투자업(56.3%), 은행(52.3%) 가운데 가장 높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필요시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충원하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는 보험ㆍ은행 보다 규모가 작다보니 외부 아웃소싱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디지털 인력이 충원되면 점차 내부 인력을 활용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