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와 경제] 프로인 듯 프로 아닌 프로낚시인
[낚시와 경제] 프로인 듯 프로 아닌 프로낚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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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수영 기자] 흔히들 한가로이 낚시를 하는 이들을 '강태공'이라 부른다. 이는 중국 주(周)나라의 강상(姜尙)이 때를 기다리며 바늘도 달지 않은 낚싯대를 드리운 것을 보고 일컬었던 고사에서 비롯된다. 한가롭게 낚시를 하는 것이 사회생활 은퇴자로서의 꿈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낚시 세계는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어종을 잡기 위해 물고기 습성도 알아야 하고 물 속 지형도 파악해야 한다. 또한 풍향과 풍속, 수온에 먹이까지. 사실 낚시는 고난도의 집중력과 탐구력을 요구한다.

국내에는 오랜 기간 특정 어종이나 낚시 분야에 일가를 이룬 프로낚시인들이 여럿이다. 이들은 낚시방송 등에 출연해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많은 낚시인들로부터 찬사와 박수를 받는다. 이들 이름 앞에는 '프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프로라는 단어가 붙지만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 다른 장르의 프로들과 같은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낚시복에 스폰서 로고를 달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그나마 낚시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이들도 있지만 이마저도 전체 프로낚시인 중 일부에 한한다.

프로는 경기에 참가해 상금을 타는 것으로 생계를 삼는다. 실력이 뛰어나고 상품성이 뛰어난 이들은 스폰서들로부터의 지원과 광고 등으로 경제적 부를 축적할 수 있지만 국내 조구업체들 대부분이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프로낚시인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는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1년에 수백 개의 낚시대회가 열리지만 상금도 크지 않고 대회마다 장르와 대상 어종이 달라 프로 한 사람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도 많지 않다. 말만 프로지 프로로서 생활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프로낚시인 중 생계를 위해 조구업체를 운영하거나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낚시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과 캐나다만 해도 상금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경기가 많다. 이런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해외로 향하는 프로들도 있다. 현지 방송사는 경기를 중계한다. 현장 또는 방송을 시청하는 이들은 프로들의 채비, 손놀림, 집중력에 환호한다. 우승자는 곧바로 조구사를 비롯한 대형업체들과 스폰서십을 체결하며 낚시에만 집중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지만 아쉽게도 해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낚시만 해서는 먹고살기 어렵다보니 실전을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생활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아직까지 프로낚시인 자체가 생소하다. 낚시는 취미생활이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도구로만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시작한 것이 사냥과 물고기 낚시이니 낚시는 가장 오래된 취미라 할 수 있다. 취미라 치부하지만 분명 고수가 있고 프로가 있다. 어설픈 실력으로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 수는 없다. 그들은 분명 일반 낚시인들과는 다르다. 그런 전문가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야 낚시산업도, 해양산업도 한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낚시인이 되더라도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가 진정한 '좋은 나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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