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X은 나쁜 것부터 배운다?'
'조선 X은 나쁜 것부터 배운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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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는 지금 프리어닝 시즌이다. 우리 말로 하면 분기실적 사전 발표 시기 정도가 될 것이다. 12월말로 4/4분기가 끝나감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해당 기업이 추정 실적을 밝힘에 따라 기존에 발표했던 목표 실적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밝히는 중이다.

이러한 미국 기업들의 행위는 거의 정형화되어 있으며 투자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 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입다물어 시즌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1월부터 공정공시제도가 새로 시행되면서 기업의 주요한 정보를 특정인에게 사전에 발설할 수 없는 제도가 강화되었다. 제도의 취지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막아 공정한 시장 질서를 정립한다는 너무나 훌륭한 것이나 대다수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은행들의 경우 전통적인 보수적 마인드를 십분 발휘해 아예 입다물기 행태가 만연하다. 공정공시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함부로 이익 등 실적을 말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지침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외우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분기 말 프리어닝 시즌을 스스로 정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미리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배우기는커녕 기회는 이 때다하고 모든 정보를 차단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도 대부분의 아랫 사람들의 모습이지 임원급 이상은 슬슬 정보를 흘리고 있다. 많은 은행들의 4/4분기 추정 이익이나 내년도 경영 목표가 언론에 의해 간헐적으로 계속 보도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어느 은행 하나 나서서 이에 대해 공시하거나 직접 자신있게 발표하는 경우가 없는 것을 보면 제도 시행 취지가 무색하다.

우리 금융시장이 어차피 미국을 토대로 대부분의 제도를 수입해오는 실정이라면, 좋은 것부터 배웠으면 한다. 미국 기업들은 목표실적 발표-->분기실적 중간 발표-->최종 실적 발표의 단계를 정례화하고 있다. 현재 우리 은행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 국민은행이 뉴욕증시에 상장한다고 해서 정보공개 및 언론 보도 방침을 만들어 입단속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당시 미국 시장에 밝은 인사들은 이러한 국민은행 방침은 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을 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요 은행 지분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해서 기업 IR도 해외에 가서 하는 마당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 뿐만일까? 조선 X은 나쁜 것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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