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창의력과 공교육 강화
[홍승희 칼럼] 창의력과 공교육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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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학교체육에 대한 교육부 방침이 나왔지만 별다른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운동선수들이라도 일정 정도의 점수를 획득해야만 한다는 방침은 얼핏 어린 선수들이 도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어린 선수들의 부담만 가중되는 위험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교육부 정책을 보며 필자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창의력이 생명인 직업을 가진 한 젊은이는 이런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한 대다수의 학생들과 달리 이미 확고한 자기 진로를 정하고 매진하는 학생들에게는 그 분야에 전력투구함으로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독려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괜히 이것저것 관심도 가지 않는 분야에 시간과 정신을 쏟음으로써 오히려 개인의 능력개발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운동선수들이야말로 자기 진로를 가장 확실히 정한 학생들이니 그 주장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예술분야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한 케이블TV에서 하는 ‘슈퍼밴드’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음약적 재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 우리 사회에 저런 음악천재들이 저리 많았나 싶을 만큼.

여러 참가자들 중에는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않은 이가 있는가 하면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클래식음악을 해온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 좋아서 밴드음악에 뛰어들었다. 10대부터 20대까지의 젊은이들이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는 모습들이 매우 신선해 보였다.

클래식음악으로 해외 유학 중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밴드경연에 나온 이들도 여럿 보이고 그들 가족들의 많은 반대가 있었다는 인터뷰도 틈틈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클래식음악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흥’을 찾아 밴드음악에 도전하는 그들은 일단 신이 나 보인다.

그런가 하면 정규 음악교육을 받지 못해 음악계에 어떻게 뛰어들지 몰라 거리에서 버스킹을 몇 년씩 했다는 참가자의 말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제 갈길 가려는 젊은이의 용기가 대단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아예 학교를 중퇴, 중퇴하며 졸업장이 없는 참가자의 신명나는 연주도 듣는 이가 함께 빨려들어가게 한다.

저런 흥과 신명을 과연 학교교육이 담아낼 수 있을까 싶다. 열정을 담아내기에 학교는 아직도 매우 경직돼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은 오랫동안 우리사회에서 논의되던 과제이기는 하다. 학교교육을 아예 되외시하고 운동만 시켜 오로지 승리를 위한 도구로만 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쭉 이어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는 게 우리의 교육과정은 과도하게 많은 분량을 암기하도록 요구하며 실생활에 쓰이지 못할 내용들을 주입시키려 한다는 교과과정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필자로서도 사고능력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꼭 실생활 교육만 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기는 하지만 실상 사유세계를 넓혀줄 철학적 설명도 없는 부담스러운 교과목들이 없다고도 못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왜 그런 걸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가르치니까 배운다는 태도일 뿐 적극적으로 의문을 갖고 풀어나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그런 학생 대다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아가 대학에 가서 조차도 자신의 진로를 못찾고 헤매는 일이 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진로가 정해진 중고등학생들이라면 너무 교실에서의 수업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예체능처럼 해당분야 조기교육이 절실한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물론 몇 개 과목에 관해서는 필수적인 이수가 필요할 수 있지만 전과목 모두에 그런 부담을 지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필자의 생각도 사실 근래들어 바뀐 부분이다. 학교 모범생들이 일터 현장에서 무능한 경우를 흔히 보게 되고 학교생활에 재대로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창의적인 분야로 진출해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종종 보게 되면서 스스로의 틀을 조금씩 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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