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공지능 시대 기자 노릇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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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맞을 때마다 이런 잔소리(?)를 한다. '기사 형식에 맞춰 정확하게 써라'. '모르는 말은 사전을 찾아봐라',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마라', '부모님이나 조카가 읽더라도 알 만큼 쉽게 써라'.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요구가 많다. 듣는 후배가 짜증날 거라고 확신하지만, 내 입장에선 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일하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덕목 중 첫째가 '팩트', 둘째는 '스토리'라 여겼다. '사실'을 토대로 '얘깃거리'가 될 수 있어야 기사라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논평도 사실과 스토리만큼 중요한 기사의 덕목이라 여기게 됐다.    

같이 일하는 선배가 후배들한테 자주 들려주는 말이 있다. "논평은 자유지만 팩트는 신성하다"는 말이다. 1872년부터 57년간 영국 '가디언' 편집국장을 지낸 찰스 스콧은 이 말로 사실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배는 이 말을 들려주면서, 앞으로는 '논평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의미하거나 손쉽게 취할 수 있는 신성함보다는 절제된 가치를 지닌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게 그의 주장의 요체다.   

선배 말을 들을 때마다 토마스 프레이의 예측을 떠올린다.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구글로부터 세계 최고 미래학자로 꼽힌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20억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으로 이름을 떨쳤다. 

토마스 프레이는 2015년 4월26일 방송된 <KBS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오늘 미래를 만나다'에 출연했을 때, 미국 IT 기업 내러티브 사이언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크리스티안 해먼드가 한 말을 소개했다. "2030년이 되면 뉴스의 90%를 컴퓨터가 쓸 것"이란 크리스티안 해먼드의 말을 빌어 토마스 프레이는 인공지능(AI) 시대 컴퓨터가 많은 기자를 대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시 토마스 프레이는 "크리스티안의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AP통신은 이미 분기당 3000여개 기사를 컴퓨터로 작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컴퓨터가 책상 위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진 않겠지만 방식은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프레이가 출연한 '오늘 미래를 만나다'를 본 뒤, 같이 일했던 몇몇 후배들에게 방송 내용을 들려주며 앞으로도 기자 노릇하려면 논평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사실 중심 스트레이트 기사는 인공지능(컴퓨터)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쓸 수도 있다고 여겨서다. 

2016년 3월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누르는 장면을 보면서, 앞으로 기자 노릇하기 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인공지능 시대 기자로 살아남으려면, 사실을 토대로 논평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도 굳혔다. 문득 전문화된 기자들이 다수의 인공지능 컴퓨터와 함께 일하는 이채로운 편집국 풍경이 떠오른다.

다행스럽게도 토마스 프레이는 이런 말도 했다. "20억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20억명의 실업자가 생긴다는 얘기가 아니다.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일자리가 대체된다는 뜻이다."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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