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
[홍승희 칼럼] 전쟁을 피할 수 없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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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우든 전쟁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는 동양 전략전술의 규범이라 할 손자병법에도 나와 있는 얘기다.

그러나 전쟁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적이 이미 전쟁을 원하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선전포고를 한다면 그때부터는 대화보다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추는 것이 시급해진다.

피하려 하면 할수록 패배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사례는 역사 속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당장 100여 년 전 우리 역사도 그런 사실을 잘 가르쳐준다.

일본은 실상 전쟁없이 조선을 병탄했고 그 방법에 대한 일본의 달콤한 추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끝내 역사적 죄악에 대한 사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지금도 일본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과연 대화로 일본은 우리와 동등한 경제관계를 회복할 뜻이 있을까.

이번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세가지에 대한 대한 수출을 통제한 일본의 행동을 대부분의 언론은 단순히 일본 징용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보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풀이한다. 일본 정부는 그마저도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세계 언론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준비한 대한 100여 가지 압박카드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일본의 조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일본인 학자들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준비한 그 수많은 카드들이 다 사용된다고 가정할 때 이는 한국경제에 대한 봉쇄조치가 될 수 있다. 당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통제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다 망한 것처럼 떠드는 이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안을 내놓으라지만 이는 마치 구한말 시시각각 조선 땅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일본이 입은 작은 피해를 빌미로 일본을 달래야 한다며 곳간 문 열었던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는 것과 닮지 않았는가.

이제까지 일본은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며 많은 것을 얻었다. 실상 박근혜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위안부 협상도 초기엔 일본에 목소리를 높이려다 일본의 경제 압박에 무릎꿇어 나온 불평등한 거래였지 않은가.

일단 이런 다양한 카드가 과연 징용피해자 보상판결 이후에 마련됐을지 일단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일본은 구한말의 경제침탈로 시작해 끝내는 식민지로 삼은 경험을 현대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다 한국 경제가 그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제전쟁을 위한 전략으로 수정해 간 게 아닌가 싶은 의구심 말이다.

그렇다면 징용피해자 보상 문제는 단지 그들의 경제전쟁 선전포고를 위한 빌미를 제공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실상 일본이 선전포고를 하기에 지금이 최적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일본 경제는 침체기를 벗어나기 시작한 데 비해 한국 경제는 이제 침체기로 접어든 지 몇 년 안 된 상태여서 한국 국민들이 아직은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경제에 조금이라도 어려움이 더 가중되면 정부의 입지가 극히 좁아질 것이라는 점을 한국보다 한 발 앞서 경험한 일본 정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미 대한 경제전쟁 준비를 마치고 선전포고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자꾸 대화만 강조하는 것은 무조건 항복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일본을 달래려 들면 들수록 한국 경제는 점점 더 일본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 뿐이다.

일본은 지난 20년간의 경제침체를 겪으며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상당히 내려앉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독일과 더불어 포스트 미국의 주역이 될 것처럼 자신감에 차있던 일본으로서는 최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도 더 이상 훈수 둘 처지가 아니라 일본 패싱 논란이나 불러일으키는 현실마저 한국 경제 봉쇄를 도모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싶다.

한국 정부가 지금 선택할 길은 일본과의 전면적인 경제전쟁까지 예상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어떤 전쟁이든 결과는 참혹하다. 특히 약자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일본의 봉쇄전략이 실현되더라도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적 기술적 지원정책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의 명분 쌓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의 여론전에 우리보다 더 강하다. 이 점에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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