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신나는 조선업 이야기
[홍승희 칼럼] 신나는 조선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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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은 없었다. 대우조선의 경영부실과 전 세계적인 선박 수주물량 감소 등으로 조선업을 사양산업 취급하며 대우조선을 해외매각한다는 소리까지 났던 게 언제냐는 듯 요즘 한국 조선업체들은 모두 날개를 단 듯 훨훨 날고 있다.

일단 한국 조선업계는 어두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났다. 특히 그동안도 기술력에서 압도적이었던 고부가가치 선박인 대형 LNG 운반선의 수주가 최근 급증하면서 향후 3년간은 따라올 나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LNG선 수주량을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했다. LNG선 외에도 8000TEU 이상 컨테이너선 수주에서도 9월초 기준 한국은 53척을 수주 받아 중국28척, 일본 31척을 합친 숫자에 육박하고 있다.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는 한국이 42척으로 각 17척씩을 수주한 중국과 일본의 수주물량을 합친 것보다도 월등히 많다.

이처럼 한국 조선업계가 개가를 올리고 있는 데는 우리만의 특별한 기술력이 자리 잡고 있다. 한동안 한국 조선업은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저가공세를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시선을 받았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LNG선은 운반 중 기화되어 발생하는 자연 손실량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해결함으로써 경쟁상대가 없는 상태다. 그동안 프랑스에서 기화손실률을 7% 선에서 잡으면서 이게 기술적 한계치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한국 조선업계를 이를 극복해낸 것이다.

게다가 세계 유일하게 쇄빙기능을 갖춤으로써 올해 들어 러시아의 전폭적인 선택을 받고 있다. 최근 북극해 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아직 남아있는 유빙이 장애가 되어왔으나 한국의 조선업체가 이를 해결해 준 것이다.

특히 2~3년 전 한국을 제치고 많은 물량을 수주했던 중국이 생산한 LNG선이 바다위에서 멈춰 서는 등의 불량이 많은데다 납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례들도 나타나면서 가격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한번 중국에 발주했던 선사들이 올해들어 대거 발주처를 한국 조선업체로 바꾸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현재 이 분야 기술력에서 한국에 뒤처진다. 또한 한국과 같은 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도 없다. 조선업 불황기에 자국내 수요에 맞춘 레저용 소형선박 등에 치중하느라 갈수록 선박이 대형화하는 추세에 대응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조선업계는 한국 조선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자국내 업체들만의 연합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자국 기술로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현재 중국내 조선업체들은 쓰러지는 곳이 속출하고 있어 양국 조선업체들이 손잡을 만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앞선 데다 조선소 설비 또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 당분간 한국산 LNG선은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로 알려졌다. 게다가 선박은 수주 후 양도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 국내 조선업계가 물량 걱정이 없는 셈이다.

일단 대형 LNG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조선소는 한국의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3개사 밖에 없고 중국은 일단 기술력에서 부족함을 드러낸 상태인데다 일본도 오랫동안 대형선박을 만들지 않았던 탓에 기술개발을 거의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조선업계의 기술력은 이런 상업용 선박에서만 빛을 발하고 있는 게 아니다. 2년 반 전에 필자는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보고 대우조선을 해외매각하거나 분할매각 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관련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조선업 수주물량이 적으면 정부가 해군용 선박 수주를 해서라도 조선업을 살려놓기를 권고하면서 설사 설계기술이 없더라도 잠수정은 국내 생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가 일부 반박하는 댓글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독자는 국내 조선업계에 잠수함 설계기술이 있고 충분히 모든 부품을 국산화해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이 글을 위해 다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그 독자의 지적이 옳았다. 미국의 견제만 없다면 우리 조선업계는 핵잠수함도 독자 설계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업체 하나를 해외매각했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외환위기로 종자회사 날려먹은 것만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 미래를 날리는 해외매각은 삼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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