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되는 수주전 열기에 비방전·로비 가능성 우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 4분기 서울 정비사업 수주시장은 대형건설사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남은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올 한해 수주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만큼 각 업체들은 특화설계와 브랜드를 앞세워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더욱이 정비사업 조합 사이에서 컨소시엄(공동 도급)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건설사들은 각개전투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서울에서 수주전이 예고된 사업장은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서초구 방배삼익 재건축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 등이다.
'강북 최대어'로 불리는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장은 지난 10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결과,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2개사가 참여했다. 총 공사비 9200억원을 들여 4116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이곳은 롯데건설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현대건설이 뒤늦게 경쟁에 참여하면서 2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해당 조합은 내달 24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갈현1구역과 함께 강북권 초대형 사업지인 한남3구역 재개발은 오는 18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하고, 5816가구 규모의 초대형 사업인 만큼 벌써부터 일부 대형사가 조합을 상대로 홍보에 열을 올리는 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 대림산업, GS건설, 현대건설 등이 입찰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대림산업은 컨소시엄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이 극심할 때 단독시공 계획을 밝히면서 발빠르게 나섰다. 앞서 지난달 20일엔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비 조달을 위한 각각 7조원 규모 금융협약을 체결하며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GS건설도 전날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라는 단지 브랜드명을 처음 공개하면서 선제공격에 들어갔다. 100년 주거유산을 남기겠다라는 취지로 단지명을 정했고, 외관부터 내부·조경·상가까지 아우르는 프리미엄 상품설계를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뚜렷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자사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워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이밖에 방배삼익 재건축 조합은 오는 16일,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은 오는 31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하고 수주전 준비에 착수할 계획이다. 방배삼익 재건축 사업장은 당초 대림산업과 GS건설의 양자대결이 예상된 것과 달리 GS건설이 한남3구역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림산업이 시공권을 쥘 공산이 커졌다.
무르익는 수주전 열기에 일각에선 건설사들의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이 컨소시엄을 선호하지 않는 까닭에 개별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물밑 작업이 심화될수록 시공권을 둘러싼 비방전과 로비 활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정비사업은 흥행이 보증된 사업"이라며 "특히 한강변에 위치해 있는 등 상징성이 큰 지역은 비방전이 더욱 심하다. 올해 수주실적을 결정짓는 규모의 사업이어서 업체들이 더욱 공을 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