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은 지난 2017년 이후엔 집세 및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률 하락 등 정부정책 요인이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을 낮췄다고 봤다.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는 국내 경기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는 2021년 정부정책 영향이 축소되고 경기가 개선되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은 이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 2017년 이후 둔화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0%대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년동기 대비 근원물가의 상승률은 올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0.7%로 집계됐다.
반대로 해외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은 1∼2%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0월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0.6%로 미국(2.3%), 영국(1.7%), 독일(1.6%)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은 한 나라의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기 위해 유가나 농산물 등 가격 등락이 심한 품목을 뺀 나머지 상품·서비스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지표다.
보고서는 근원물가의 품목별 상승률 추이를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 "2017년 이후에는 집세 및 공공서비스 물가상승률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요국 수준을 크게 하회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개인서비스 물가도 오름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했다. 이는 국내 요인이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2017년 이후 근원물가 상승률 하락은 추세요인보다 단기변동요인(경기, 수입물가, 기타 요인 등)에 주로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복지정책과 전·월세 가격 상승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에는 성장률이 2.0% 안팎으로 낮아지는 등 경기둔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축소가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는 소비, 투자, 수출 둔화에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들었다"면서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은 낮은 오름세를 보이다가 2021년에는 정부정책의 영향이 축소되고 경기가 개선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외 경제여건, 정부의 복지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