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관련 TRS를 제공한 신한금융투자 뿐 아니라 KB증권에 대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관성 없는 입장을 보여 논란을 자초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긍금증을 낳고 있다.
신한금투에 대해 라임자산운용의 모(母)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의 부실 사실을 은폐했다고 판단해 중징계 방침을 정하고, 사기 여부를 가려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은 기존 입장과 흐름이 같다.
문제는 KB증권에 대한 사실상의 입장 번복이다.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 라임 사태와 관련 판매사이자 TRS계약을 체결한 신한금투 뿐 아니라 KB증권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검사를 마친 이후 신한금투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검찰 수사 의뢰 등 그 수위를 놓고 고민해 왔지만, KB증권에 대해서는 "사실상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KB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를 묻는 질문에 대해 "위법·부당 행위가 있는지 살펴본 결과 특별히 발견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었다. "현재까지"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면서 검사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미뤄왔다.
그러더니 한달새 금감원의 입장은 크게 변했다. KB증권 역시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위법 행위를 고의로 숨겨줬고,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 71조 금융투자상품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다시 검사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라임 사태와 관련한 KB증권에 대한 금감원의 입장이 한 달여 만에 "현재까지는 별다른 이상 없다"에서 느닷없이 "위법 행위를 고의로 숨겨줬다"로 돌변했는지 그 이유가 명확치 않다.
환매 중단 사태는 꽤 지난 얘기고,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 투자 대상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의 부실화 이슈가 불거진 것도 한달전이었다.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부실화 이슈가 뉴스로 도배가 되기 이전인 작년 하반기 금감원은 KB증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었다. 당시 금감원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한달새 크게 달라진 건 개인투자자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일이 더 커진 것 말고는 없다. 따라서 이슈가 얼마나 확대되는지 여부에 따라 검사 결과에 대한 금감원의 판단 수위도 달라진건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만약 이제와서 금감원이 "일이 커지기 전이어서 꼼꼼하게 안봤거나 예상치 못했던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해명한다면, 추락한 금융당국의 권위와 신뢰도를 어찌할 요량인지 염려가 앞선다.
김호성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