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온라인 강의의 복병들
[홍승희 칼럼] 온라인 강의의 복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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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창궐 이후 각급 학교의 등교가 막히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온라인 강의다. 전염병이 얼마동안이나 지속될지 그 기간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학기를 송두리째 포기할 수 없어 대안으로 온라인 강의가 권고되고 있다.

사전 준비없이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택하게 된 온라인 강의가 강의를 해야 할 교수요원은 물론 교육대상 학생들 쪽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의 교육환경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따른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법적`제도적인 대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에 주안점이 두어지다보니 어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택에서 컴퓨터로 강의에 참여하는 데 저마다 다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린 학생이 있는 맞벌이 가정의 경우 거의 재앙 수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 집중력도 떨어지는 데다 특히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컴퓨터 조작 문제까지 부모 중 누구 하나는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예전처럼 조부모가 돌봐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한부모 가정인 경우는 부모가 생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런 자녀의 온라인 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부모도 재택근무를 하면 된다고 쉽게 말 할 일도 물론 아니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업종도 있고 또 재택근무를 한다고 근무시간의 유연한 활용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경영자들은 총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도 없고 또 그럴 의지도 없으니 언제든 직원들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낼 수 있어야 만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었다지만 여전히 자기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이 있다. 한 가정에 컴퓨터 한 대 뿐인 가정이라면 부모가 재택근무를 해도 아이와 공유해야 하니 역시 문제가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빈부격차가 곧 아이들의 학습능력 격차로 이어질 처지라는 것이다.

이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라고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교사들의 얘기다. 학교에서 대면 강의를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 학생 개개인의 상태를 곧바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온라인 강의로는 그때그때 반응을 보며 교육내용의 완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학생들 반응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이란 것이 단순히 지식 전달의 방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을 통한 인성교육이 어찌 보면 교과 과정의 기계적 설명보다 훨씬 중요하며 사교육시장이 그토록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을 대체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의 경우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라는 점에서 초중고교보다 나을 것처럼 보이나 문제는 수강 학생수가 너무 많아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대형 강의실에 종종 100명 이상까지 수강토록 하면서 교수비용을 줄이려는 학교 측의 무리한 방침에 학생들은 단순한 ‘청중’의 수준으로 전락한다.

대학에서 수십 년째 강의를 하는 한 지인의 말로는 늘 80명 정원의 강의를 요즘 온라인 강의라는 이유로 강의실 공간 제약이 사라진 학교 측에서 수강 학생수를 더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어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수강 신청자가 늘면 당연히 강좌 수를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사들을 대거 감축하고 남아있는 이들에게 무리하게 수강생을 몰아넣으려 한다는 것이다. 출석체크며 성적관리까지 무리가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학교 측에서 꼼수를 쓰는 데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표정이다.

게다가 강의 동영상은 학교에 등록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단다. 교수들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이 당연히 학교 재산이라는 듯 하는 태도가 어처구니없다는 한탄도 들린다. 게다가 도서관의 기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대학에서조차 도서관이 문을 닫고 있으니 대학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처음 겪는 일들이다 보니 모든 게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런 혼란이야말로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보면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동의가 가능한 여러 대비책들을 만들어갈 계기로 삼을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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