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에도 문 닫는 여행사들 속출
[서울파이낸스 박지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행·숙박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2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예약 급감으로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가 3월에만 5천8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객 감소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데다 일부 호텔은 확진자의 투숙 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며칠간 임시 휴업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두 달을 넘긴 지난달 말부터는 5성급 특급호텔들도 버티지 못하고 있다. 그랜드 워커힐 서울이 서울 5성급 호텔 중 처음으로 지난달 23일부터 객실 영업을 한 달 동안 중단하기로 했다. 이어 파크 하얏트 서울도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그나마 영업 중인 호텔들도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에 그치고 있다. 주말에도 15%를 넘기지 못할 정도다.지난해 3월 전국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이 70%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대부분 호텔이 '개점 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호텔은 주중 점유율이 5%까지 떨어지기도 하지만휴업하지 않은 채 버티는 것"이라면서 "호텔업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지만수많은 대책 중 호텔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책은 전혀 없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인 트립닷컴은 2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 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국내 호텔이 150여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해 50곳 가까이 늘어났다.
트립닷컴 관계자는 "4월까지 판매를 중단했던 호텔 중 5~6월까지도 판매 중단을 계속할지 고민하는 곳이 많다"며 "특히 외국인이 주로 찾던 호텔들의 상황이 가장 안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여행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각 지자체나 자치구에 폐업을 신고한 국내·국외일반 여행사는 192곳까지 늘었다.
여기에는 유사업종도 일부 포함돼 있어 전부 여행사 폐업으로 보긴 어렵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매일 2곳 이상은 문을 닫는 꼴이다.
그나마 대형 여행사는 주3일 근무제, 유급휴직, 무급휴가 등 자구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여름 성수기까지 수요 회복이 안 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무너지는 관광업계를 떠받치기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폐업 수순을 밟는 여행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는 조금씩 잡혀가는 분위기지만 여행업계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이미 업계가 초토화됐고, 버티고 있는 기업들조차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