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5~6월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합의···유가 회복 '글쎄'
OPEC+, 5~6월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합의···유가 회복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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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日 10만 배럴' 멕시코 요구 수용···'유가 전쟁' 일단락
시장의 요구 '3천만 배럴'과 괴리 커···美 '대리 감산'도 불투명
로이터 "전략 비축유 구매 등 감안시 2천만 배럴 감산 효과"
OPEC 본부 (사진=연합뉴스)
OPEC 본부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OPEC+(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12일(현지시간) 긴급 화상회의를 통해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산유국 석유장관들은 트위터와 취재진을 통해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아직 공식 문서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이날 합의가 유효하고 구속력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의는 산유국들이 멕시코의 감산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면서 가능했다. 이로써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전쟁은 일단락됐다. 합의된 감산량이 그간 OPEC+가 결정한 감산·증산량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는 점에서도 나름 의미가 크다.

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워낙 커서다. 원유시장을 통해 확인된, 시장이 원하는 적정 감산량은 하루 3천만 배럴가량. 그런데 합의된 감산량은 이에 크게 못미친다. 또 미국이 멕시코의 감산 몫을 대신 줄여주기로 한 이른바 '대리 감산'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며칠 전 상황으로 돌아가 보면, OPEC+는 지난 9일 화상회의에서 하루 1천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멕시코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멕시코는 자국에 할당된 감산량인 하루 40만 배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만 배럴만 감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날 회의에서 멕시코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합의가 타결될 수 있었다.

때문에 합의안은 사실상 9일 합의 내용과 차이가 거의 없다. 9일 발표된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감산 기준은 2018년 12월이며, 하루 250만 배럴씩을 감산해야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산유량을 각각 하루 850만 배럴로 줄여야 한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가 4월부터 산유량을 올린 터라 합의된 감산량인 하루 970만 배럴을 4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1천200만∼1천300만 배럴 정도를 감산하는 효과다. 이란 석유장관은 이들 3개 산유국이 OPEC+의 감산량 이외에 하루 20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6월 이후 감산 계획과 관련해 나이지리아 석유부는 성명을 통해 9일 합의된 대로 7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 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합의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OPEC+가 크게 합의했다"면서 "이 합의가 미국의 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십만개를 구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살만 사우디 국왕에게 감사하고 축하한다"고 적었다.

크렘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전화 통화로 OPEC+의 감산 결정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달 6일 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결렬된 뒤 사우디의 증산 선언으로 촉발한 '유가 전쟁'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날 합의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서 회복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위기로 감소할 원유 수요량이 하루 3천만 배럴로 전망되는 만큼 OPEC+의 감산량은 국제 원유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9일 일일 1천만 배럴 감산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는 10% 가까이 급락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너지 전문가 무함마드 굴람은 "이번 감산 규모가 전례 없이 크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전대미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OPEC+의 합의 타결을 촉진하려고 미국이 9일 멕시코에 할당된 감산량 중 하루 25만 배럴을 떠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이 '대리 감산'을 실행할 수 있는 지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정부가 산유량을 강제할 수 없는 석유 산업의 특성을 지닌 나라다.

한편 나이지리아 석유부는 "미국의 개입으로 멕시코의 요구가 수용됐고 미국 석유회사들이 하루 30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하도록 하면 단기간에 유가가 배럴당 15달러는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통신은 OPEC+ 소식통들을 인용해 "OPEC+에 참여하지 않은 산유국들(미국, 캐나다, 브라질, 노르웨이 등)이 감산에 동참하고 각국의 전략 비축유 구매를 고려하면 실질적 감산량은 하루 2천만 배럴이 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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