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남양유업, 식품업계 미꾸라지 될 셈인가 
[데스크 칼럼] 남양유업, 식품업계 미꾸라지 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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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 최근 불거진 남양유업의 '경쟁사 비방 댓글' 사건을 접하고 떠오른 속담이다. '한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이 그 집단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속담 뜻처럼 남양유업이 국내 식품업계 물을 흐린다고 여겨졌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과 남양유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쟁사 설명을 종합하면, 남양유업은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쟁사 비방 댓글을 올렸다. 댓글 내용은 'ㅁ업체에 유기농 우유를 납품하는 목장이 원자력발전소와 멀지 않아 방사능 영향이 있을 것이다', 'ㅁ업체의 우유에서 쇳가루 맛이 난다' 등이다. 

7일 남양유업은 "실무자가 온라인 홍보 대행사와 업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유기농 목장이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당사자는 1년여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제목이 "5월6일 언론사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 관계를 말씀드립니다"인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은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 상황"이 비방 댓글을 올린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경쟁사와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대행사가 사실을 토대로 댓글을 올렸기에 우린 잘못이 없다는 투다. 

특히 남양유업은 경쟁사 유기농 목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전 4㎞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란 주장을 폈다. 하지만 내겐 남양유업이 "사실 관계를 말씀드린다"는 입장문을 홈페이지에 올려서, 다시 한 번 경쟁사를 비방한 '꼼수'로 읽혔다. 

남양유업 입장문을 읽은 경쟁사 쪽도 기분 나쁘다는 반응이었다. 경쟁사 임직원은 "온라인상 과열된 홍보 경쟁이라니 당치 않다. 우린 남양유업을 비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유업의 입장문을 봤는데 마치 떳떳하다는 태도여서 어이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남양유업이 경쟁사를 비방하며 물의를 일으킨 사례는 이번뿐이 아니다. 국내 식품기업 여럿이 과거 남양유업과 다투고 얼굴을 붉혔다. 

10년 전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을 상대로 '커피믹스 전쟁'을 치렀다. 2010년 12월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선보이며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든 남양유업은 크리머(프림)에 식품첨가물인 카세인나트륨(카제인)을 넣지 않았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크리머에 카세인나트륨을 넣어왔던 인스턴트커피 업계 1위 동서식품을 겨냥한 도발이었다. 

결국 남양유업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방광고 판정과 시정명령을 받고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2012년 3월에도 남양유업은 동서식품한테 싸움을 걸었다. 동서식품이 '맥심 화이트골드'에 카세인나트륨을 넣었으면서도 무지방 우유로 대체했다며 소비자를 속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동서식품에 앞서 남양유업은 빙그레를 상대로 우유를 둘러싼 상표권 및 판매 금지 소송을 냈고, 파스퇴르유업(현 롯데푸드)과 미군 납품 원조 논쟁을 벌였다. 이정도면 '상습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수준이다.   

7일 남양유업이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은 "해당 건에 대해 고객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로 끝났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태도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사과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에 다시 나설 기세다. 

남양유업이 식품업계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대접을 받지 않으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피해를 입은 경쟁사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가 우선 필요하다. 우린 떳떳하다는 태도를 버리지 않을 경우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대리점주 상대 '갑질' 사건을 계기로 벌어졌던 불매운동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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