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규직 전환 '勞·勞 분열' 아닌 화합 할 때
[기자수첩] 정규직 전환 '勞·勞 분열' 아닌 화합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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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은식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을 바라보면서 노동에 계급화가 더 굳건해진 느낌이다. 정규직은 '성공' 비정규직은 '실패'란 원칙이 이제 막 사회에 나오려는 청년들에게는 신념이 된 모양이다.

'비정규' 보다는 '정규'가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절대적 기준인 것은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노동의 계급화로 고용의 불안감과 기득권층 권한만 견고해지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

비정규직은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하루에도 수십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실직한 자리를 대신해 쓰러져 가는 우리 경제를 지탱해준 지렛대와 같은 존재다.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규직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과 고용안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의 안정화는 기대할 수 없다.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게 공정한 것이 아닌가요" 인국공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지인의 말이다. 그런데 이 말에 쉽게 공감은 가지 않았다. 공개채용을 통해 정규직 신분을 얻어야 공정한 것인가,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열심히 일해 인정받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닌가란 단순한 의심이 들었다.

보통은 비정규직은 계약직을 말한다. 정규직은 기간에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본다. 다만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의 급여 처우와 복리후생, 상여금 지급 등에 차이가 난다.

어쨌든, 다수의 계약직은 '정규직 전환' 꿈을 안고 회사생활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보다 위 신분인 정규직에 잘 보여야 한다. 업무 능력은 물론 개인 평판과 대인관계, 흔히 말하는 '사바사바'를 잘해야 인정받고 정규직으로 가는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다. 이들은 이런 생활을 2년간 한다. 이렇게 해도 정규직 전환이 되는 계약직은 몇 안 된다. 

그런데도 정규직들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선은 미천한 신분과 같은 대접을 받기 싫다에 꽂힌다. 정규직 자신들보다 덜 노력했을 것이고, 자신들과 같은 공채 출신의 성골이 아니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아무 노력 없는 '무임승차'로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기 위해 소위 '스펙'을 쌓아 공개채용을 통과하기 위한 '노력'과 계약직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하는 노력이 다르게 평가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인국공 사태로 '노·노' 갈들이 심화하고 있지만, 비정규의 정규화는 큰 틀에서 보면 '미래세대에 양질의 일자리'를 물려주는 것으로도 생각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비정규의 정규화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과도기를 '노·노'가 분열이 아닌 화합으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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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2 2020-06-26 17:54:19
기자분은 무기계약직이 양질의 일자리라고 생각하시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