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동 기자] 홍콩계 헤지펀드인 '젠투파트너스'의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 국내 사모펀드의 환매(투자금 지급)가 모두 중단됐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젠투파트너스는 국내 펀드 판매사들에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펀드 3종에 대한 환매를 연기하겠다고 전날 통보했다.
젠투파트너스는 지난 2008년 한국계 신모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홍콩 현지에서 유통되는 한국의 달러 표시 우량 채권들을 매매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왔다.
국내 증권사와 시중은행들은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한 채권형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등을 만들어 국내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
키움증권(2625억원), 삼성증권(1400억원), 우리은행(902억원), 하나은행(421억원), 한국투자증권(178억원) 등 다수의 금융회사가 젠투파트너스의 상품을 판매해 왔다. 전문성이 강한 해외 채권 상품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가입했다.
그런데 올 들어 젠투파트너스가 굴리는 펀드 중 'KS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머지 2종 상품에 대해서도 환매를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는 신한금융투자가 4000억원가량을 판매했다.
이 펀드는 세부 운용 전략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뉘는데, 신한금융투자는 펀드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크게 일으켜서 추가 수익을 내는 유형(레버리지형)에 전체의 절반가량(1900억원)을 판매했다. 레버리지형 펀드는 올해 코로나 사태로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젠투가 운용차입금 중도상환(AUM트리거) 조항 때문에 환매를 연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은 운용사의 보유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지면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가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말한다. 'KS 코리아 크레딧 펀드'에서 환매를 실행하면 젠투의 보유 자산이 일정 규모 이하로 떨어져 빌린 자금을 회수당할 수 있기 때문에 환매를 연기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시아앱솔루트리턴 펀드가 코로나 사태로 채권 값이 급락하면서 주요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산 규모가 줄면 대출 상환 압박이 시작될 것을 우려한 운용사가 정상적인 펀드도 투자금 지급을 보류해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판매사들은 자금 회수를 위해 홍콩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