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넓어지는 안보의 영역
[홍승희 칼럼] 넓어지는 안보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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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 중국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동북아를 둘러싼 정세가 꽤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 일본과 러시아간 영토분쟁은 물론 독도를 한국과의 분쟁지역으로 삼으려는 일본의 끊임없는 도발도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지나해상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도 쉬이 가라앉기 힘든 양상으로 흘러간다.

이건 어디까지나 수면 위로 떠올라있는 갈등일 뿐 수면 아래로는 더한 갈등의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 당장 우리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다보니 실질적 갈등으로 진화되지 않았을 뿐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한 역사영토 갈등은 앞으로 이어져갈 분쟁의 불씨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국의 무기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특히 북한과는 여전히 휴전상태에서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이제 기술력의 발달과 경제력의 상승을 바탕에 깔고 적극적인 자체 무기개발에 나서면서 이제 세계적인 무기수출국으로까지 발전한 상태다.

미국의 견제로 인해 그동안은 원하는 무기 도입조차 어려웠던 한국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미국의 견제로 인해 자체적인 무기개발에 더 집중함으로써 지난해 기준 세계 6위의 무기수출국에 이르게 됐다. 첨단기술일수록 독자개발 아니고서는 원하는 수준의 무기를 갖기 어려웠던 한국의 불가피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한국의 수출규모를 늘린 것은 물론 갈수록 세계의 주목을 받을만한 무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이유까지 더해지며 현재 한국의 국방력은 세계 6위니 7위니 하고 있다. 주변국에 워낙 강대국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우리는 잘 실감하고 있지 못하지만 아무튼 전세계 순위로 보면 한국은 결코 약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안보라고 하면 영토를 둘러싼 국방부문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현재에 이르러 안보의 개념은 보다 폭이 넓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1994년 유엔개발계획의 인간개발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됐던 인간안보라는 개념이 있다. 당초에는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초점으로 삼았으나 점차 그 개념이 확장되는 추세다.

현재 인간안보에는 8가지 요소가 다루어지고 있다. 경제적 안보, 식량안보, 보건안보, 환경안보, 개인적 안보, 공동체 안보, 정치적 안보, 사이버 안보 등이다.

이 개념은 개인의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점이 두드러져 문재인정부의 ‘사람이 우선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된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볼 때 이런 개념의 확장은 분명 타당한 일이며 특히 이번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이런 인식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간주하고 전력을 다한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방역선진국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둔 정부의 정책적 선택이 해외로부터도 옳은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대로 빛을 본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또 다른 안보는 사이버안보가 아닐까 싶다. 인간안보의 요소로도 거론되고 있지만 단순히 개인의 삶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기업에서 더 나아가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도 사이버 안보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

사이버영토라는 말이 사용될 만큼 사이버세계는 차원을 달리하는 영토를 둘러싼 또하나의 전장이며 이 전쟁은 오프라인의 전쟁과 달리 선전포고 따위도 없이 언제 어디서나 벌어지며 우방이 따로 없는 전방위적 전투가 일상인 세계다.

북한의 해킹 공격은 원래 있었지만 근래 들어 빈번하게 공격하던 중국에 이어 베트남까지 한국 기업들을 향한 해킹 공격이 시작됐다는 소식들이 들린다. 그렇다고 이들이 다는 아니다. 소위 우방국에서도 한국의 경제수준,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해킹공격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사이버세계에서는 국가간 공격이 다가 아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전문적인 해커들이 일개 국가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그들 해커의 정보를 사려는 국가 단위의 배후세력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대처하려면 우선 기존 세계질서와 역사적 실체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대처할 열린 마음 없이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는 어렵게 세상이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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